처음 자취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식물 입양이었다. 식물 입양이라는 단어가 꽤나 거창하게 들릴테지만 이 아이들도 생각보다 신경써줘야할 부분이 많다. 물론 사람이나 동물보다야 덜하겠지만 쬐끄만 게 자기도 살아있다고 어필하는 건지 어찌나 까다로운지. 특히 허브 중 하나인 애플민트 이 아이는, 햇빛 없으면 금새 시들시들, 물이 없으면 바로 시들시들 온 몸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겨울에 데려왔을 때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더니 날이 좀 더워지자마자 정말 어마무시하게 자랐다.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가지치기를 했다. 이미 안에 숨어있던 잎들은 다 시들시들해진 뒤라 미안한 마음 뿐...
더군다나 비가 계속 와서 애들이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나는 비오는 날도, 해가 내리쬐는 날도 다 좋지만 얘네들 때문에 제발 해가 쨍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가지 치기해서 잘려진 윗부분 아이들은 물꽂이를 시작했다. 매일 물 갈아주고 일주일 정도 되면 뿌리가 자란다. 뿌리가 자라면 그대로 수경재배해도 되고, 다른 화분에 심어줘도 된다.
식물은 가지치기를 자주 해줘야 더 풍성하게 잘 자란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기적으로 삶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야 삶이 더 풍성해진다. 일이든 관계이든 그 무엇이든.
이 아이의 처음은 어디였을까.
허브는 기원 전부터 사용된 식용작물로 오랜시간 인간의 삶과 함께한 소중한 아이다.
인간들 덕분에 허브의 유전자가 살아남았을테고, 허브 덕분에 인간도 도움을 받고 삶이 이어졌겠지.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지탱의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작은 식물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신경쓸 수밖에.(가끔 귀찮을 때도 있긴 하지만^^;)
잎은 따서 민트티 끓여마신다.
애플민트는 향도 강해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무척 좋다. 허브의 효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그 효과를 간과하지마 한 번이라도 도움을 받은 사람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허브의 향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아마 후각이 뇌와 직접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그러니 잦은 우울감에 시달린다면 작은 허브 화분을 하나 길러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