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버크먼의《4000주》서평
지은이: 올리버 버크먼(Oliver Burkeman)
제목: 4000주(Four Thousand Weeks: Time Managemenet for Mortals)
번역: 이윤진
출판사: 21세기 북스
출간 연도: 2022.02
원문 출간 연도: 2021.08
페이지: 288쪽
한계의 역설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완전히 통제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불가피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시간을 관리하려 할수록, 삶이 더욱 불안하고 공허해지며 좌절감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인간의 한계성을 마주하고 그 한계성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즐거워진다.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시간 관리법도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여가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면, 적어도 여가의 일부를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낭비하며’ 보내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암암리에 이도 저도 아닌 미래 지향적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기보다 푹 쉬라는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모든 여유 시간을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빈둥거림은 용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몬드 보부아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인에게 와인 한 잔을 마시는 행위가 아무런 만족을 줄 수 없다면, 인간의 생산성과 부는 한낱 의미 없는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성과 부는 개인이 되찾을 수 있을 때, 생생한 즐거움으로 그것을 만끽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분명하게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이데거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고 말한 것이 바로 삶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또한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며, 우리의 선택에는 무수한 희생이 뒤따르고, 시간은 오늘, 내일, 그리고 다음 달이 지나가면서 계속 닳아서 없어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상투적인 표현처럼 하루하루를 마치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분명한 미래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