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두려움과 뚝심 사이에서.

by 스미는 마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다.

강의 시간, 과제 발표를 하거나 어딘가의 대표로서 무언가 말을 해야 할 때면

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말은 입 밖으로 나왔지만,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입을 통해 말을 뱉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작 몇 문장 꺼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일상 속의 내가 그렇게 조용한 사람은 아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웃었고, 농담도 자주 건넸다.

때론 분위기를 이끄는 일도 곧잘 하곤 했다.


하지만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이면 모든 게 낯설어졌다.

웃는 얼굴도 굳어졌고, 목소리는 떨렸고,

시선은 바닥에 머물렀다.

심지어 그런 자리에 서기도 전부터

심장은 이미 빠르게 뛰었고, 숨은 가빠졌다.


스스로를 원래 그런 사람이라 여겼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으면 된다고 믿었다.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 감정은 분명 두려움이었고, 나는 도망을 선택했다.

그 모든 회피는 아주 조용하게, 무의식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종종 찾아왔고,

그럴 때면, 또 다른 나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움츠러드는 내 모습을 자주 마주할수록,

두려움은 어느새 부끄러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그 시기 내내 내 안에 머물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그 무렵, 학과 동기의 초대로 연극 동아리 공연을 보게 되었다.

친구가 직접 출연하는 무대였다.


공연의 줄거리는 조금 어려웠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감이 잡힐 듯 말 듯했다.

그러나 머리를 뜨겁게 만드는 그 난해함이,

일종의 놀이처럼 느껴졌고,

그 낯설고 복잡한 즐거움은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진짜로 붙잡은 건,

무대 위에 서 있던 친구의 모습이었다.


중극장을 가득 채운 시선이 친구에게 향해 있었고,

친구는 무대 위에 당당히 서 있었다.

크게 드러내는 건 없었지만,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온전히 해내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선망인지, 부러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올라왔다.

아마 그 셋이 동시에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고작 수십 명 앞에서도 저러지 못하는데...'

곧이어

'나도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스쳤다.


그 감정은 말로 꺼내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머릿속에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보자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결심이라기보다는 조용히, 그렇게 정해진 마음이었다.


그때의 나는 연기를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 앞에 서서 무너지지 않는 힘,

그 뚝심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그 생각 하나가 조용히 남아 있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