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아이의 대답
"엄마 오늘은 무슨 뉴스 했어?" 아이가 종종 묻는 질문이다. 엄마가 언론사에 근무하는 까닭에 아이는 뉴스와 가깝게 산다.
집에서는 매일은 아니어도 시간이 될 때마다 7세 아이와 신문을 함께 본다. 엄마가 조간을 볼 때 아이에게는 어린이 신문을 쥐어준다. 시사도 알려줄 겸, 어려운 낱말도 풀어줄 겸. 생활 속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엄마의 '빅피처'다. 덤으로 한글도 뗀다. 어린이 신문이라고 해도 7세 수준에는 어려울 법도 한데, 생각 이상의 이해력과 통찰력을 보여주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 신문을 포함한 언론에서 다루는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이 날도 조간에 분석 기사가 났길래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뽑는대. 민주당 해리스 후보랑 공화당 트럼프 후보랑 붙었어.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1%p 차이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대. 그런데 은유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아?"
아이는 흘긋 사진을 보더니, "여자 이름은 뭐고 남자 이름은 뭐야?" 묻는다.
오? 성별부터 눈에 띄나 보다.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이며, 흑인계와 여성의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로도 꼽히는지라 아이의 첫 질문이 제법 흥미로웠다.
"여자가 해리스고, 남자가 트럼프야."
"트렁크?"
"아니, 트. 럼. 프. 예전에 대통령을 한 번 했었어."
"근데 대통령을 또 할 수 있어? 왜? "
7세의 단골 질문 '왜'는 빠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또 하고 싶나 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대. 트럼프의 슬로건이 'MAGA'야.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뜻이야."
"그럼 해리스는?"
"해리스는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하긴 하는데... 슬로건이 뭐더라...?"
날카로운 질문이다. 순간, 해리스의 슬로건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다. 오바마가 'Yes, we can.'으로 성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해리스의 슬로건이 인상적이지 않았나 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뉴스 만드는 엄마가 7살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다니 맘속으로 '뜨끔'하기도 했다. 부랴부랴 신문을 뒤져 해리스의 슬로건과 공약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물었다.
"엄마 설명 들어보니 어때? 해리스와 트럼프, 둘 중에 누가 될 것 같아?"
"음..."
한동 뜸을 들이던 아이는 이렇게 물었다.
"누가 더 fair 해?"
엄마는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띵띵띵.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엄마가 넉다운 되는 종소리를.
아이는 선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신문을 보며 자연스럽게 시사 토론을 가르쳐보겠다는 엄마의 원대한 꿈은 매번 산산조각이 난다. 아이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