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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커엄마 Mar 06. 2024

우리 아이는 왜 말끝을 흐릴까 1

주눅 들었거나, 거짓말하거나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상당수가 부모님이시겠죠?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먼저 여쭙고자 합니다. 누구나 다 말끝을 흐려본 경험은 한두 번쯤은 있으실 테니까요. 혹시 독자께서는 어떤 상황에서 말끝을 흐리셨습니까?


제가 분석하기로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주눅들 때.

둘째, 거짓말할 때.


아이들은 주로 첫 번째 이유로 , 어른들은 상당 부분 두 번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 큰 맥락만 잡은 것이니, 너무 다큐로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상황 1.]

<아이 생일 선물로 휴대전화를 사준 엄마.

고심 끝에 큰맘 먹은 터라, 아이가 유튜브에만 빠져 있지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친구에게 자랑하겠다며 휴대전화를 들고 뛰쳐나갔던 아들이 집에 들어왔는데...>


아들 :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엄마 : 그래~ 아들~ 잘 놀다 왔어? 친구들이 부러워해?

아들 : 응...

엄마 :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아들 :...

엄마 : (불안감 엄습) 왜. 뭔데. 무슨 일인데?

아들 : ㅇㅇㅂㄹㅇ....

엄마 : 뭐라고?

아들 : 잃ㅇㅂ렸ㄷ고.....

엄마 : 뭐라고?

아들 : 잃어버렸다고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들.

잔소리가 목젖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지만 욕이 먼저 튀어나올까 봐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초인적인 힘으로 침만 꿀떡 삼키는 엄마.


아들은 주눅이 든 겁니다. 자기도 잘못한 걸 알아요. 비싼 휴대전화 사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아끼고 아꼈는지도 압니다. 그래서 더 말을 못 합니다. 미안해서요. 엄마한테 혼이 날까 주눅이 들어서요.


-참고로, 실화를 바탕으로 풀어 봤습니다. 제 이야기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생일 선물로 받은 휴대전화를 구매한 당일에 잃어버렸거든요. 속 쓰린 기억을 25년 뒤 이렇게 글로나마 한풀이합니다. 25년 만에 '잃어버린 보람'을 느꼈네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상황 2.]

<술을 좋아하는 남편. 일주일에 5일은 새벽에 귀가한다.

전날 유독 피곤함을 느낀 아내는 9시에 잠들고 마는데...

다음 날 남편에게 눈을 흘기며 추궁을 시작한다.>


아내 : "당신! 어제 몇 시에 들어왔어? 또 새벽 3시에 들어온 거 아냐?"


남편의  답 1

(발끈하며) " 하!!!!!!!! 나 어제 아홉. 시. 반.. 들....든????"


오우~완벽한 딕션!


남편의 답 2

(깊은 한숨) "하아... 무슨 새벽 3시야...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등을 돌리며 말을 하는 둥 마는 둥 짜증 나는 목소리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아내는 속으로 생각하죠. '저 인간이 뭐라는 거야...'


-참고로, 이 상황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왜 말 끝을 흐리니.)


자, 어떤 뉘앙스인지 이해가 되실까요? 거짓말의 경우는 가정마다 해결하는 방법이 있으실 테니 아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첫 번째의 경우, '주눅들 때'를 기준으로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이가 주눅 들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훈육자입니다. 특히 미묘한 감정선을 잘 캐치하는 어른, 보통은 엄마들이 담당하는 몫이죠.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말끝을 흐리는지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자신이 없거나 부끄러울 때 : 자신이 실수할까 봐 주눅이 드는 성향을 가진 아이들. 거절이나 놀림을 당할까 봐 의견을 큰소리로 말하는 걸 주저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들도 말 끝을 자주 흐린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도 한다.


-잘못했을 때 : 잘못을 고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알기에 매 맞기 전에 회피하고 싶은 심리가 말 끝을 흐리는 것으로 표출된다. 대개 개미 같은 목소리로 시선은 발끝에 정박해 둔 상황이 세트처럼 연출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신이 없거나, 잘못을 했다는 이유로 '주눅이 들어서' 말 끝을 흐리고 있다는 걸로 귀결이 됩니다. 자, 원인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을 어떻게 동굴 밖으로 끌어낼지 해결책을 찾아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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