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세시 Feb 19. 2023

우선순위는 정하는 것이 아닌 정해지는 것입니다.

현재 상태을 알면 우선순위가 보인다.

'네, 그게 지금 중요한 건 알겠습니다. 근데 그걸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막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팀원에게 실제로 들은 말입니다. 이때 '아차'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일의 양은 항상 할 수 있는 일의 양보다 많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 위한 '우선순위'는 필수입니다.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뭘까요?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그 '중요함'이란 걸 어떻게 정의하고 수치화할 것이냐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조직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프로젝트일 것입니다.


그럼 조금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목표가 어떤 상태고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면 뭘 해야 하는지 나올 것이라는 것을요.



당신의 KPI는 원인입니까 의무입니까?


요즘 어느 조직이든 KPI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지표들이 실제로 조직의 목적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즉, 당신이 속한 팀의 KPI를 달성한다 했을 때 회사 전체의 목표에 얼마나 기여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KPI를 관리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전체 목표의 원인이 아닌 KPI를 관리하는 것은 그저 의무에 불과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팀에서 고객 만족도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근데 그 고객 만족도가 실제로 회사 전체 목표에 영향을 얼마나 끼치는지 세세히 알아보는지 않는 경우입니다. 고객 응대팀은 열심히 고객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일을 할 것이지만 조직은 그만큼 성장했는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차이를 냅니다. 왜냐하면 이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구매 관련 수치가 떨어졌는데 고객 만족도 하락치가 상당히 기여했다는 것을 안다면 고객 만족도를 올리는 프로젝트가 1순위로 되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KPI의 영향력을 알면 이 프로젝트를 왜 1순위로 해야 하는지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모두가 무엇을 위해 프로젝트를 하는지 이해하고 진행하는 조직과 아닌 조직은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뭐가 문제일까?: MECE 방식으로 목표를 바라보자


원인을 찾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은 목표와 관련된 모든 지표들을 나열하고 살펴보는 것입니다.


물론 목표 자체의 추이만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긴 하지만 좋은 방법이라 할 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재구매 전환이 50% 늘고 신규 구매 전환이 10% 늘었다면 재구매를 위한 프로젝트를 먼저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신규 구매를 위한 프로젝트를 먼저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MECE 방식으로 문제를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MECE란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줄임말이며, 상호배제와 전체포괄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바로 감이 안 오시죠? 쉽게 가위바위보의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나눠보면 가위, 바위, 보로 나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겹치는 부분이 없지만 가위바위보 게임 전체를 나타냅니다.


만약에 가위바위보 게임 승률을 올리는 게 조직의 목표라면 가위의 승률, 바위의 승률, 보의 승률로 나눠볼 수 있을 겁니다. 가위의 승률이 낮다면 가위를 최대한 내지 말자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왜 가위의 승률이 가장 낮은지 더 분석해야겠지만요.


그럼 매출을 MECE의 방식으로 나눠봅시다.


매출 = 신규 구매 매출 + 재구매 매출


여기까지만 보면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의 정보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눠보면 어떨까요?


매출 = 유입 X 전환율 X 객단가

이를 위의 식에 대입해 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매출 = (유입 X 재구매 전환율 X 재구매 객단가) + (유입 X 신규 구매 전환율 X 신규 구매 객단가)


눈치채셨나요? 지표에서의 MECE는 어릴 때 배운 인수분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신규 구매 매출이 10억이고 재구매 매출이 1억이라 했을 때 50%가 상승한 재구매 전환율의 매출 기여는 고작 5000만 원이고 10%밖에 상승하지 않은 신규 구매 전환율의 매출 기여는 1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환 이외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 시)


그렇다면 매출을 더 증대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신규 구매가 늘어난 이유를 한 번 더 분석해 보고 그 원인을 더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곧 프로젝트로 나오거나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신규 구매 전환의 원인은 어떻게 찾을까요? 신규 구매 전환을 다시 MECE 방법으로 보면 되죠!



우선순위란 정하는 것이 아닌 정해지는 것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의 우선순위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데이터'라는 단어 때문에 통계 기법이나 이러한 것들에 매몰되는 것입니다.


데이터라는 것은 프로덕트의 현재 상태를 읽는 언어일 뿐입니다. 즉, 현재 상태를 아는 것이 곧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인 것입니다.


물론 비용도 고려해야 하고, 정량적인 것뿐만이 아닌 정성적인 것도 고려해야 할 테지만, 우선순위 결정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해야만 하는 것을 찾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들을 데이터를 통해 읽고 해석하여 찾아내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지표를 팀원들이 보지 않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