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첫 직장, 스타벅스
한창 구직을 하고 있던 와중, 스타벅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Hey, Tony. How are you?"
면접을 봤던 슈퍼바이저였다. 기쁜 마음을 감추고 차분히 슈퍼바이저의 이야기를 들었고 3주 뒤, 스타벅스에 출근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스타벅스 파트너다! 예쓰!!
"I'm just here to ask if you are hiring now?"
캐나다에선 이상한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진짜로 매장을 찾아가서 일할 자리가 있냐고 이력서를 내미는 것이다. 이걸 레주메 드롭이라고 부르는데, 알바천국, 알바몬 같은 앱에 익숙한 한국인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매장에 들어가서 레주메 드롭하러 왔다고 말하기도 어색해서 덜덜 떨었는데,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레주메를 돌려도 아예 연락 안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Unfortunately,...'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어느 날, 날씨가 좋아 공원에서 노트북 하나 들고 벤치에서 잡 서칭 중이었다. 갑자기 폰에 진동이 느껴졌고, 모르는 번호에서 연락이 왔다.
"Hello, This is Taewan."
자연스레 전화를 받고 영어식으로 대답을 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스타벅스 슈퍼바이저였다. 슈퍼바이저는 이력서를 보고 나한테 전화했으며 시간이 괜찮냐고 했다. 당연히 괜찮다고 하며 전화인터뷰를 시작했고 약 10분간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첫 인터뷰라 너무 떨렸고, 한 질문은 못 알아들어서 계속 "I didn't catch that, could you plz tell me again?"을 한 3번 한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질문에 잘 답해서 그런지, 10분 뒤 "우리 매장 와서 인터뷰할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연하죠! YES!!!!!!"
그렇게 인터뷰 일정을 잡았고, 바로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다.
카페 일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
인터뷰 준비는 유튜브에 캐나다 스타벅스 인터뷰 후기를 보고 많이 참고했다. 카페 일을 하나도 안 해본 난 카푸치노, 라떼의 차이점도 몰랐기 때문에 진짜 인터뷰뿐만 아니라 커피까지 공부하고 갔다. 한국어로 면접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로 하려니 한 층 더 어려웠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주어질지 모르니 후회 없이 준비하고 싶었다.
면접 당일, 밝은 분위기를 펼치고 싶어 1시간 전부터 공원으로 가서 걸으며 마음 정리를 했다. (여유 부리다가 늦을 뻔 하긴 했지만.. ㅎㅎ;) 도착하니 커피 한잔 마실 거냐고 물어봐서 물 한잔이면 감사하다고 말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바리스타 경력이 없다 보니 커피에 대해서는 하나도 안 물어봤고 그냥 인성 면접이었다. "코워커가 잘못된 일을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서비스 마인드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등 준비했던 질문이 많아 대답할 수 있었고, 결과는 4일 안에 알려준다며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가면 된다고 했다.
딱 4일째가 되는 날, 스타벅스에서 전화가 왔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합격한 것이다! (사실 인터뷰하러 간 날, 스타벅스 내의 다른 직원들을 소개해주고 밤 시간에는 우버타도되니까 그렇게 출퇴근할 수 있다고 말해서 합격 같은 느낌을 받아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맞았나 보다.) 무조건 일하겠다고 신나서 말하니 진정하라며 조건과 출근 전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카페 일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니 트레이닝 기간은 2주 동안 할 것이고, 스타벅스 커리어 페이지 가서 몇 가지 정보를 제출해야 된다고 한다. 또, 이미 쉬프트가 다 짜여 있어서 3주 뒤 출근할 거고, 쉬프트 시간은 나중에 메일로 보내준다고 하였다. 타지에서 구한 첫 직장인 데다가 워홀러의 꿈의 직장 스타벅스에 합격한 게 현실이 아닌 것 같았고,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나도 이제 스타벅스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