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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11. 2024

[쓰밤발오46] 최악 속의 최후는 나

46만에 처음으로 쓰밤발오가 아닌 쓰오발오가 되었다. 어제 안 쓰고 그냥 잠들었다. 이렇게 규칙을 깨뜨려보기 시작하면 또 이런 일이 발생하기 쉬우니 이런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니 오전에라도 쓰고 오전에 발행해서 꾸준히 이어가야겠다. 


내 오랜 습관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대비해 놓으려는 것이다. 쓰밤발오에서도 한 번 말한 적이 있다. 최악의 상황을 다 상상해 보고 뭘 준비해야 할지 상상하다가 불가능을 깨닫고 초연해지는 것. 그게 내가 주로 겪는 루틴이다. 초연해지지 않고 방법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그 방법은 어떤 상황이든 똑같다. 바로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내 몸뚱이 하나만 남아있을 때의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최악의 상황은 없긴 하다. 몸뚱이도 없는 상황은 내가 뭐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최근의 상황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됐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여러 개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그 방법 중 첫 번째가 '우선순위 정하기'였다. 내가 우선순위를 딱 정해놓고 살아본 적이 있던가? 수능 같이 강제로 주어진 우선순위 말고, 내가 정한 우선순위. 아, 의식해서 체계적으로 살아야겠구나. 영상에서는 내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으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내 인생에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방향성이 없고 마구 흔들리기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뭘까. 나는 뭘 위해서 살아가고 있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추억을 만들고, 만날 때는 종종 그 추억을 다시 음미해 보는 것이다. 그때가 제일 행복하다. 내가 생각하는 추억은 여행이긴 하지만, 전시회라든가, 연극이나 뮤지컬 보기처럼 일상과 거리가 있는 추억이면 된다. 매번 만나서 밥 먹고, 카페 가고, 술 마시는 일상도 소중하지만 일상과 멀어지면 서로 미처 몰랐던 모습들을 보게 되기도 하고, 대화 주제가 생기기도 하고,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기도 한다. 관계에 있어서 동력이 된다고 할까. 주변에 남는 건 사람밖에 없고, 또 나이 먹을수록 사람들 사이에 공통점이 점점 없어져 유지하기 위해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종종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사람들을 더 좋아하니 내 삶의 우선순위이지 않을까?


가장 하고 싶은 건 함께 여행을 다니는 거다. 물론 주말에 1박 2일 여행을 다닐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4박 5일 정도로 해외에 나가고 싶다. 이건 해외여행이 단순히 더 좋아서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는 일상도 낯설어지기에 크고 작은 이슈들이 계속 생긴다. 그걸 함께 겪고 해결하고 웃으면서 생기는 전우애 같은 것이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긴 여행을 가면 긴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더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 추억들은 나처럼 추억팔이를 자주 하지 않아도 함께한 사람들이 한 번씩 뒤돌아볼 때 든든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나에게 돈만 있다면 비용을 내가 지불해서라도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 


이 우선순위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일단 일상에서 멀어지는 경험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또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돈 많은 백수일수록 좋다.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백수 기간을 내 우선순위에 살아온 것 같기도 해서 웃기다. 그냥 돈이 없어서 삶이 흔들렸나? 크고 작은 여행을 하면서 살았으니까. 그나저나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진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 내 우선순위를 따라가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 나는 또 그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다시 더 생각해 봐야겠다. 내일의 쓰밤발오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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