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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15. 2024

[쓰밤발오50] 걷기슈탈트붕괴사건

이제 수요일이면 다친 지 딱 6주 되는 날이다. 첫 진료날에 의사 선생님이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던 그 6주. 3주 만에 보조기는 뺏고 이제 매일 걷는 연습 중이니 좀 더 빨리 낫는 중인 걸까? 원래 계획은 알 수 없지만 보조기를 빼면 곧바로 완치일 거라고 믿었던 나에겐 7월에 다시 있을 진료가 아득하기만 하다. 


이제 바지를 입을 때도 무릎을 잘 굽히고, 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잘한다. 다리도 점점 더 곧게 펴고 있고, 걷기도 매일 연습 중이다. 한번 지하철을 타고 왕복 2시간을 이동한 적이 있었는데 피곤하긴 했지만 또 하라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심지어 가는 길에 보조기를 차고 있으니 양보를 해주시는 분이 있어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모른다. 다리 다쳐봐서 안다는 그 말이 참 위로가 됐다. 


제일 집중하고 있는 건 걷는 연습이다. 운동은 체념했지만 걷는 거라도 좀 편하게 걷고 싶다. 주변의 피드백이나 영상을 보면 다친 다리를 아예 안 움직이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걷는다. 최대한 열심히 움직였어서 억울하다. 피드백을 받고 다친 다리를 신경 쓰며 걷다 보면 걷기슈탈트 붕괴가 와서 도대체 어떻게 걸었던 건지 걷는 방법부터 걷기의 정의까지 다 머릿속에서 꼬여버린다. 붕괴를 겪으면 생각보다 빨리 피곤해져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공원을 원래는 3바퀴도 거뜬하게 걸었는데 있던 체력이 다 사라졌나 싶은 자괴감과 함께. 


걷는 걸 좋아한다. 공원을 걷는 것도, 낯선 동네를 걷는 것도 모두 다. 특히 이렇게 선선하고 밤냄새가 상쾌한 이런 날에 하염없이 걷는 것을 너무나 사랑한다. 가장 쉽게 여행하는 일상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답답해지면 어떻게든 걸었다. 다리가 다치면서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못 하게 되니까 기분이 자주 가라앉는다. 더 더워지기 전에 마음껏 걸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 같지 않아 조바심이 든다. 내년도 있고, 가을도 있는데 마음이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다리 신경 쓰랴 내 멘털 신경 쓰랴. 몸의 한 부분이 망가졌는데 신경 써야 할 곳은 더 많다. 


빨리 양 쪽에 중심을 잡고 걷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 낯선 동네를 마음껏 걷고 쓰밤발오에 열심히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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