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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22. 2024

[쓰밤발오57] 채울 수 없는 특별

혹시 생일이 다가오면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그렇다. 매해 이맘때쯤 "아 왜 생일만 다가오면 기분이 별로 안 좋지?"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에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매해 별로다. 내가 기분과 생일을 연결시키는 것 보면 무의식 속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기분이 안 좋은 거면 그냥 안 좋은 거지 왜 매해 나는 생일이 다가와서 기분이 안 좋다고 생각했을까?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왜? 


특별히 행복한 날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는 것 같다. 아니, 있다.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말로는 늘 생일이 뭐 별거 있냐고 생각했지만 속은 아니었다. 대단히 특별한 장소를 간다거나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기보다 내가 그런 기분을 느끼길 기대하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분인진 모르겠지만 '특별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진짜 어렵다. 차라리 그날만큼은 사람들에게 왕창 사랑받고 싶다거나,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는 날이 되고 싶다거나 그런 구체적인 기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도 모른다.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것도 없다. 


아, 이게 불안과 같은 감정이구나. 그 감정이 막연하고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생일을 앞두고는 내내 시들어있구나. 특별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기대는 있는데 나도 뭔지 모르니까 채울 수가 없으니 공허할 수밖에 없다. 속은 그러면서 겉으로는 생일이 중요한 날이 아니라고 포장하니까 더 마음이 공갈빵처럼 변했나 보다. 


똑같이 질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데? 뭐 어떤 감정이 특별한데? 


이번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진짜 모르겠다. 생일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서 집까지 친구가 함께 들고 가줘야 했던 날도, 날 위해 준비된 서프라이즈 파티나 선물에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면서 보냈던 날도 어딘가 공허했다. 내가 바라는 건 뭘까? 채울 수 없는 독을 붙잡고 왜 비어있냐며 슬퍼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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