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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es Jang Apr 01. 2024

연구개발자의 마케팅

모든 사업에는 사이클이 있다

ODM 업체의 8년 차 화장품 연구원으로서 신제품 개발의뢰 자체는 1년에 거의 50건 이상 진행된다. 그중에 중간에 드롭되는 경우도 있고, 끝까지 제품화까지 이어지는 건 보통 30%인 15개 내외이다.

제품화더라도 소위 대박을 치고 롱런하거나, 롱런하지 못해도 인기를 얻어 MOQ 5천 개-1만 개(초도수량)를 다 소진하고 재발주로 이뤄지는 제품은 그중에서도 5개 제품 정도이다.

뷰티 마켓 자체는 정말 큰 시장임을 확신하지만, 그만큼 화장품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화장품 판매가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연구원의 관점으로만 정말 혁신적인 좋은 제형을 만들면, 그 제품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초격차 기술력? 물론 중요하다. 전문성과 특허나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기술력은 분명 큰 무기가 된다.

하지만 보통 판매수가 많았던 제품들은 큰 고객사로 브랜딩화가 이미 되어있는 제품의 라인이라던가, 아니면 신규 브랜드이지만 배우, 아이돌 같은 연예인을 모델로 써서 마케팅을 한 제품들이었다. 것도 아니면 소위 인플루언서들이 공부하거나 홍보하는 제품들이 탄탄한 팬층을 바탕으로 제품력보다 그 인플루언서를 믿고 구매해 매출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너무 혁신적인 신기술을 사용하거나, 처음 듣는 생소한 원료, 아님 어플리케이터를 사용한 제품들은 오히려 기존의 뻔한 기성제품들에 비해 잘 팔리지 않았다.


아무리 혁신이라고 외쳐도, 그건 내가 이뤄낸 혁신일 뿐 고객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혁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혁신제품이 기존의 제품보다 많이 비싸서 가격 메리트가 없는 경우 소비자들은 굳이 더 비싼 제품을 사려는 시도를 잘하지 않는다. 기존에 제품도 잘 써왔는데 굳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까지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비싸게 주고 샀는데, 생각만큼 효과가 없거나 나랑 안 맞으면 어떡하지?” 등의 두려움 때문에 기존 제품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먹는 거야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먹어봐야 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많지만, 화장품이라는 시장 자체는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처럼 충성고객들이 한 번 썼던 제품을 쭈욱 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2세대, 3세대, 4세대로 리뉴얼하면서 더 효능이 좋은 원료로 진화하더라도 오히려 이전 버전이 더 좋고 내 피부에 잘 맞았다며 리뉴얼 이전 버전을 쟁이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 책을 읽어본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는데("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맥스의 상황과 마음이 이해가 갔다. 창업자 혹은 개발자는 좋은 마케터 동료가 필요하다.(Pioneer)

성공한 스타트업 장업자분들은 시장에 신제품을 내놨을 때 일단 시장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그 제품에 대한 확실한 확신을 갖고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혹여 그 제품이 전혀 팔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사이 맥스처럼 가진 자기 자신의 자본과 심지어 빌린 자본까지 다 써리면서….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인사이트는 시장의 원리는 정말 같은 루트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신제품이 알려지고 실제로 판매되기까지는 많은 버티는 시간이 걸리고, 혹여 그 제품 판매에 성공한다면 금방 경쟁자가 나온다. 무조건 세계 최초, 1호 제품이 성공하지 않는 이유에 있다. 최초 제품은 최초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을 확률이 높다. 그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경쟁자는 그 제품을 벤치 마킹해서 그 문제점을 개선 한 제품을 낼 확률이 높다. 특허가 있더라도 개선? 해서 교묘히 특허를 피해 가는 경우도 많다.


사실 과거 홈쇼핑 판매로 미국에 홈메딕스 스트레칭 기기를 직접 판매해 봤는데, 결국 팔린 멘트는 그거였다. 미국에서 특허받은 제품? 아니다. 미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제품? 아니었다. 가장 트래픽상 판매가 잘 이루어졌던 구간은 1) 롯데홈쇼핑 동일 제품 2) 지금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 이 후크였다. 또한 사실 판매를 한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박민영이 선전하는 국내 클럭제품이 이 제품을 마치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제품이 훨씬 잘 팔리고, 가격도 싸고, 또 홈메딕스 스트레칭 기기의 단점을 보완했더라. 그래서 국내 시장에선 클럭 제품이 점유율 1위이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내가 최초라는 거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계속 마케팅해야 한다. 트렌드나 기술력에 뒤쳐져서도 안된다. 실제로 이런 검증을 거쳐 내가 만든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건, 두렵기도 하지만 또 소비자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다(이 세상에 정말 확실한 건 없다. 하지만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그만큼 많은 리턴과 피드백을 받는다).


작년에 미국으로 이직한 후 처음으로 론칭한 내 신제품도(GROWTH MD), 벌써 출시한 지 6개월 성적표를 냈다. 6개월 동안 제품 판매율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우연히 지인 생일파티에서 만난 분이, 실제로 이 제품을 쓰고 있다고 했을 때 정말 반가우면서도 감사했다. 1차 라인에 이어 2차 라인도 꼭 5개월 안에 출시하자! 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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