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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따 Sep 25. 2022

내가 다시 개발공부를 시작한다면

스타트업 개발자 6개월차 신입(feat.비전공, 36세)

# 밑밥 깔기용 내 이야기

나는 이제 6개월차인 완전 쌩초짜 주니어 개발자이다. 

학사로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장교로 근무하며 헬기조종을 했고 전역 후엔 개인사업을 했다. 나의 지난 시절은 개발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을까.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된 시기는 내가 하던 사업이 무너진 시기였다. 그 때 나이는 서른넷. 사업을 살려보고자 급한대로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던 때다. 내가 서른다섯이 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던 여자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집도 장만하고 직장에서는 과장을 달았다. 내 삶은 왜이럴까 한탄할 여유도 없었다. 어떻게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개발자라는 직업을 먼저 알게 되었다기 보다 그 당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던 개발자 부트캠프의 광고를 보게되었다. '수료 후 취업하기 전까지는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취업해도 연봉 3,000만원이 안되면 수강를 받지않는다. 80%이상 수료 후 3개월 이내 취업이 된다. 비전공자가 대부분이다. 나이는 아무 상관이없다.' 호기심을 가질 만한 문구들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던 내개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개발자가 뭘까, 나도 할 수 있을까? 



#내가 택한 방법

나는 낮에는 일을 했어야 했고 지방에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추려보니 부트캠프 세곳 정도였다. 국비지원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여러 정보들을 찾아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국비지원 프로그램은 컴퓨터 학원 같은, 그리고 루틴화된 교육을 자동화 공장처럼 해서 연계되어 있는 SI회사로 적당히 취업시킨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부트캠프는

 53주 과정, 월화수목금 퇴근 후 7시-10시까지.

월수 한시간 강의와 2시간은 동기와 같이 과제.

화목금토일은 개인적으로 공부와 과제.

스프린트 과제는 매주 1개.

중간중간에 테스트 다수.

담당 선생님이 면담이나 코칭, 1:1 질문에 대한 답변(개발관련, 취업관련 등)


모든 무리에서 뛰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뛰어난 사람이 되지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는게 너무 버거웠다.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 시험기간 1주일 전에 선생님이 들어와서 시험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훑으며 '이 페이지에 이거 나오니까 보고, 이 페이지에 이거 중요하네, 여기 이 그림 봐두고, 다 됐지? 이 정도면 다 알려줬다!' 이런 느낌.


월수 한시간씩의 강의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될 지도 모르는 비전공자 교육생에다가 퇴근 후의 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과제를 어찌저찌 하다보면 그 곁으로 따라오는 내용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면담을 신청해서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잘 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개발자들은 다 그렇게 공부한다고, 지금은 이런게 있구나 정도만 알면 되고, 필요한 내용만 찾아서 문제 해결을 하는 능력을 키우면 된다고.. 그래서 나는 수료를 할 때까지 잘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수료 후

학슴과정은 대부분의 부트캠프 과정과 다를 게 없다. 자바스크립트 문법부터 제어문, 반복문, 배열 등의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말랑하게 하고 매주 그런 학습과 관련된 과제를 푼다. 초급을 벗어나면 리액트와 노드를 공부하고 알고리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낮은 수준의 문제를 사이드로 풀기도 한다. 수료 전에는 팀원들과 웹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배포까지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후에는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 팁도 알려준다.


사실 내가 어떻게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고 어떻게 수료까지 했는지 잘 모르겠다. 수료 후 나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고 이력서 자신있게 적을 수 있는 스택과 프로젝트가 없었다. 수료하고 두달 안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접고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활코딩에서 리액트와 노드와 관련된 강의를 모두 들었고, 노마드코에더에서 무료 클론강의를 들었다. 무언가 내 완성품이 생기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인프런에서 리액트, 노드를 이용한 클론강의를 결제해서 들었다. 이 쯤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건 수료하고 6개월이 지나서였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내가 부트캠프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생각해봤다. "친구! 자바스크립트 공부해봐. html, css도 하면 좋아.리액트, 노드 공부하면 취업하는데 도움이 될거야!" 정도이다. 수료 후에 혼자 공부했던 것들이 나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흐릿하게 옅어진 베이스는 있었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다시 공부를 한다면, (프론트엔드 react를 공부한다는 가정하에)

1. freecodecamp.com이라는 사이트에서 javascript algorithms and data structures certification 파트를 풀어본다. (300시간)

2. 생활코딩의 WEB2 - javascript파트 안의 강의와 WEB2 - node.js파트 안의 강의를 1.5배속으로 듣는다. (social login은 제외하고)

3. 인프런의 john ahn님의 노드,리액트 클론 강의를 쭉 듣는다. 

4. 기본적인 computer science를 공부한다. / 굉장히 광범위 하기때문에 깃헙에 아주 잘 정리된 handbook을 참고한다.

5.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포트폴리오에 넣을 프로젝트를 좀 늘린다.


부트캠프에서 그렇게 개발자를 찍어내지만 개발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다. 진짜 개발자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닐 거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발자는 없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정도로는 실무에 뛰어들어 개발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리고 본인의 역량에 따라 다를거고 그냥 이 정도만 되어도 비전공 신입 수준으로는 신입개발자를 뽑는 기업들에 비벼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용과 시간도 아꼈을 것이다. 어떤 기업에 입사를 원하는지에 따라 가져야 할 나의 수준도 스펙트럼이 아주 넓겠지만 나는 내가 비전공 신입에 나이도 많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생각하지 않았고 내 수준에 맞는 연봉을 주고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서비스를 가진 기업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4년 동안 학부 공부를 열심히 한 분들과 현업에서 열심이 일하고 계시는 개발자들이 본다면 저래도 취업이 된다고? 저것도 개발자라고? 생각하며 뒷목을 잡겠지만 그래도 나의 수준과 기업의 조건이 맞다면 충분히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

더 세세하게 쓰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개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깊이로 공부해야 할지 알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간략하게 적었다.


나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수준과 기대와 맞지 않았던 것뿐 부트캠프에 비관적인 것은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인프런에서 들었던 john ahn님의 강의가 너무 좋아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냈고 그 강의를 참고해서 만든 내 개인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했는데 아주 좋다며 피드백을 해주었다. 취업 후에도 감사메일을 보냈고 본인이 더 고맙다며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다.


나는 리액트를 공부했고 프론트앤드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구인을 하는 기업에 넣었지만 flutter로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짜 여담이지만 더 여유가 있다면 c언어를 먼저 공부할 것 같다. 나는 지금 c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하하.


너무 주관적인 글이라 쓰고나서도 별로이긴 하지만 내 동생이 개발공부를 시작하다면 나는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개발공부를 막 시작하는 이들이 각자의 방법을 찾겠지만 이 방법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구나 정도로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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