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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자의 옷장 Apr 18. 2024

한국에 남성복의 거리를 꿈꾸다.

영국의 거리들을 기준으로

  영국 런던의 Savile Row(새빌로)라는 거리는 테일러의 거리로, 워낙에 유명한 거리이기에 대부분의 독자분들께서 들어보신 적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같은 영국 런던에 더하여, 새빌로에서 10분거리에 위치한 Jermyn Street(저민 스트리트)의 경우에는 처음 들어보시는 독자분들도 계실 것이다.


저민 스트리트는 ‘남성의 거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체성 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그런 거리가 필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남는다.




  피카델리 아케이드를 지나 저민 스트리트로 들어가게 되면 댄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위대한 ‘보 브러멜(Beau Brummell)’의 동상이 서있다.


이 동상 하나만으로 저민 스트리트의 정체성은 확실하게 보인다.


그저 남성의 거리이다.




 저민 스트리트-혹은 그 바로 옆-에는 남성을 위한 여러 유서 깊은, 그리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구두와 셔츠에서 가장 그러하다.


영국을 대표하는 Church’s(처치스), Crockett & Jones(크로켓 앤 존스), John Lobb(존 롭), Loake(로크), Edward Green(에드워드 그린), Grenson(그렌손), Tricker’s(트리커스), Joseph Cheaney & Son(조셉 친니 앤 선스) 등이 이곳에 위치하고, 이중 이 거리 혹은 바로 근처에서 시작된 회사들도 있다.-추가) Foster & Son(포스터 앤 선) 저민 스트리트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이전-


그렇기에 이보다 다양한 라스트의, 최고의 구두들을 한 번에 만나기에 좋은 거리는 없다.

-이곳은 근처에 George Cleverley(조지 클레버리), 새빌로에 위치한 Gaziano Girling(가지아노 걸링)이 있으니, 10분 거리 내에 영국의 모든 최고의 구두를 만날 수 있다.-


셔츠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고의 셔츠 메이커라는 Turnbull & Asser(턴불 앤 아서)와 Budd ltd(버드), Emma Willis(엠마 윌리스)등이 이곳에 위치하니 셔츠를 맞추기에도 최고의 거리이다.


그 외에도 영국 최고의 향수 회사인 Floris(플로리스)가 이 거리에서 시작되었고, Davidoff(다비도프)와 같은 시가 회사, 최고의 치즈 회사중 하나라는 Paxton & Whitfield(팩스턴 앤 윗필드), 그루밍으로 유명한 Taylor of Old Bond Street(테일러 오브 올드 본드 스트리트) 그리고 커프스로 유명한 Deakin & Francis(디킨 앤 프란시스) 등 남성과 가까운 아주 재밌는 것들이 이곳에 존재한다.


즉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이 구역에는 남성을 위한 수트부터 구두까지 영국의 장인정신과 진정한 남성복 역사를 입을 수 있으며 남성을 위한 여러가지 물건들이랑 취미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구글 지도 캡쳐


  영국에서 좋은 수트를 맞추려면 새빌로로 가고 좋은 셔츠와 구두를 맞추려면 저민 스트리트로 향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남성복은 어디서 사야하지?’, ‘수트는 어디서 맞춰야하지?’, ’구두는 어디서 어떻게 사야하지?‘라고 했을 때 아마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거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남성의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위한 거리-혹은 동네-가 존재하냐?’한다면 압구정 로데오와 서촌 그리고 용산 정도가 떠오른다.-그 외에도 여기저기 남성들을 위한 좋은 매장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과거에는-10년도 더 전- 한남동도 그러했으나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다.


압구정 로데오에는 ‘*프란시스코 *켓’, ‘*니페어’, ‘*덤 워크’, ‘*티지’, ‘*드레아 서울’, ‘*틀 커브’, ‘*릭스’, ‘*스콧’, ‘*레익스’, ‘*블 암즈’가 존재하고, 서촌에는 ‘*버샵’, ‘*러’-*버샵과 형제 회사-, *너리, 최근에는 삼각지역, 용산역 부근에도 ‘*루이’, ‘*페이드 *페이스’, ‘*부트’등 남성을 위한 매장들이 존재하니 남성들을 위한 참 좋은 동네들이라 할 수 있다.


해외의 좋은 물건-혹은 해외 유명 최고의 회사의 물건들-을 소개받고 만나며 구매한다는 것은 아주 즐겁고 감사한 일이지만, 동네의 특성인지 좋은 매장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에 남성의 색이 묻어나오지는 않는다.


필자는 이 모든 이유가 동네적 특성도 있겠지만, 남성복이 문화로 자리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전에 10년 전 과거를 이야기 잠깐 언급했다면, 이제는 더 이전의 한국의 이야기 해보자면, 더 과거의 한국은 소공동, 명동 양복 거리, 염천교 수제화 거리와 같이 남성을 위해 남성복을 만드는 거리들이 존재했다.-최초의 테일러샵은 종로1가 보신각 옆에서 1916년 탄생했다.-


물론 지금도 명장분들이 이곳에 계시지만, 그 거리의 색이 퇴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 거리들이 퇴화된 이유는 물론 남성복의 공장화로 인한 대량생산과 가격의 저렴성도 있겠지만, 필자는 남성들이 더 이상 남성복을 찾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영국은 아직도 그 수요가 있고-물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지만- 그 옷들이 탄생하고 오랜 시간에 겨쳐 손과 손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입혔기에 그것들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은 이 옷들이 유럽권과 다르게 자리잡힐 시간이 적었다.


더하여 한국의 경제가 삶이 아닌 여유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을 때는 이미 패션의 시대가 시작했을 때라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자리를 잡기도 이전에 패션에게 그 자리를 뺏겼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궤도에 올랐으며, 패션이 아닌 진정한 남성복이 위에 말한 한국의 유명 회사의 대표님들에 의해 소개되고 있고 이탈리아 각지 유명 사르토리아-영어로 테일러샵-, 영국의 새빌로에서 수학(受學)받고 오신 분들도 있다.


이젠 충분히 남성복의 문화가 자리잡힐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었다.


여담 겸 사족으로 일본에 가면 참 부러운 것이 있다.


같은 아시아여도 일본의 클래식 문화는 깊고, 없어진 것들도 살리려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예를 들어 미국에 클래식 범주의 옷을 만들던 없어진 회사를 살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또한 가장 부러운 것은 유명 고급 백화점에 들려도 ‘수트 섹션’, ‘클래식 남성복 섹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남성들은 클래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출근 시 수트를 입으며, 그것은 수트를 당연히 입는 문화가 존재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오히려 회사들에서 수트를 지양하고 있지 않나?


수트는 남성복의 시작이며, 남성에게 남성복의 규율과 삶의 태도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옷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수트를 이해해야만 클래식 범주의 남성복들을 제대로 입을 수 있다는 아주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사회는 수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재고(再顧)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초석 위에 기둥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여담 겸 사족이 길었다.


필자의 앞선 글들을 읽으신, 특히 <사유의 옷장> 전부를 읽으신 독자분들은 이해가 편하실 것이다.


남성복에는 역사와 규율이 존재하며 이는 패션과 멀다.


삶과 가까우며 삶을 대변한다.


그것을 알리기 위한 분들은 위에 말한 듯 존재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그 문화가 잡혀있지 않다.


그렇기에 필자는 새빌로와 저민 스트리트와 같은 남성만을 위한 거리(구역과 같은 거대한 의미의 거리)를 간구한다.


남성의 색만이 진한 거리가 진정한 전문가들이 모여 그분들에 의해 한국에도 자리잡힌다면 그 문화와 가치가 더욱 깊게 한국에 스며들 것이다.




  물론 이는 필드에서 남성복을 잡고 계신 존경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아닌, 편하게 앉아 쉽게 글만 적고 있는 필자의 거만하고 오만한 소망이자 사견(私見)이다.


그러나 글로 남성복을 남기는 입장으로, 이는 한국 사회에 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분산 된 것이 아닌 한국에 특정 거리만 가면 다양한 각국의 클래식 의복들이, 심지어는 그루밍과 악세서리 그리고 취미, 더 나아가 진정한 영국과 이탈리아 각 지역 그리고 미국의 비스포크까지 남성에 대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그런 곳이 단 한 거리만이라도 존재하는 한국을 머릿속에 상상만 해도 그렇게 즐겁고 꿈꿀 수 밖에 없지 않을 수 없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한국인이라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 말이다.


그 이유는 한국인이기에 ‘영국’, ‘이탈리아’, ‘미국’의 오래된 클래식이 지역색을 띠며 문화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치우치지 않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를 섞으면 곤란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그렇기에 이러한 거리가 생겨 각 전문가들에게 설명을 들으며 그것을 명확하게 즐긴다면, 한국에서 남성을 위한 클래식 의복들은 어느 곳보다 깊게 이해되며 세계를 이해하고 남성복의 역사를 이해하며 진지하게 자리잡힐 것이다.


얼른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苦待)한다.




* 이 글 등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Beau_Brummell#/media/File:Beau_Brummell_Statue_Jermyn_Street.JPG


18APR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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