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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창 May 15. 2023

방과 후 티 타임 #5

라면과 홍차의 고향 .중



 어쩌다 보니 계속 라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니 뚝심을 갖고 계속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세계에서 1인당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아쉽게도 라면의 고향 일본도, 그렇다고 대한민국도 아닙니다. 세계 라면협회(WINA)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일본 순입니다. 한국은? 적어도 일본 다음 아니냐고요? 일본 다음으로 1인당 라면소비량이 많은 나라는 미국입니다. 라면이 고향 일본을 떠나 아시아를 너머 미국과 유럽으로 까지 퍼져 나간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니 만큼 미디어의 영향이나 현지 아시아인의 소비 등의 이유로 말이지요. 입맛의 세계화 라고 할까요? 그런 이유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 가정에서도 피자와 파스타, 커피와 콜라가, 식혜와 수정과, 구절판과 가자미해 보다 일반적이지 않나요? 그런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1인당 라면 소비량에 관해 서두를 연 만큼 바로 이어서 1인당 차 소비량에 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차의 고향인 중국이 1위일까요? 아니면 홍차 하면 떠오르는 영국? 다소 예상밖의 결과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1 인당 연간 차 소비량  ---


1위 튀르키예
2위 아일랜드
3위 영국
4위 러시아
5위 모로코
6위 뉴질랜드
7위 칠레
8위 이집트
9위 폴란드
10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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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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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위 대한민국

1위 터키 1인당 연간 3.16kg, 대한민국 1인당 연간 0.17kg 약 20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https://instagram.com/jangchang_official 그림은 인별그램에 있습니다. - 터키식 홍차 그림입니다.

1인당 연간 차 소비량 순위 상위권 국가에서 마시는 차는 대부분 홍차입니다. 전체 비율로 보면 8:2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차는 곧 홍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고향 중국을 떠난 홍차가 이역만리 튀르키예와 아일랜드의 국민음료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물론 맛과 효능이 첫 번째 일 것입니다. 홍차의 탁월한 풍미와 여러 가지 이로운 효능에 관해서는 저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홍차였을까요? 녹차도 있고, 우롱차도 있는데 말이죠. 궁금하지 않나요? (궁금하다고 칩시다.)

라면의 세계화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면, 홍차의 세계화는 최소 20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200년 전이면 최초의 철도가 아직 개통도 하기 이전입니다. (최초의 철로는 영국 스톡턴-달링턴 구간 40km 1825년 9월 27일 첫 운행.) 홍차가 중국과 홍콩,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유럽 대륙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범선이나 증기선을 타고 대양을 가로질러 수개월 동안 항해를 해야 합니다. 운 좋게 유럽에 도착했다 해도 다시 당나귀와 말이 끄는 마차에 실려 몇 개월은 움직여야 겨우 식탁에 오르는 것이지요.

사실 영국에서도 녹차와 우롱차가 아주 인기가 있었습니다. 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부드럽고 향긋한 녹차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녹차는 홍차에 비해 보관이 힘들고 유통기한이 1년 이내로 짧습니다. 포장기술이 지금보다 허술했던 200년 전에는 더 짧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녹차는 매우 소수의 귀족들만이 마실 수 있는 사치품이었습니다. 오래되거나 변질되어 품질이 떨어지는 녹차를 팔기 위해서 선명한 녹색을 띠개 해주는 비소를 섞어 파는 일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물류와 보관기술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녹차보다 홍차를 많이 마십니다.) 차는 공기와 오랫동안 접촉되면 맛이 변하게 됩니다. 중국 서남부에서 생산된 녹차가 북경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변하게 되어 북경에서는 녹차에 재스민을 섞은 차를 즐겨마셨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교통수단이 발전되기 이전, 적어도 철도와 항공이 일반적인 교통수단이 되기 전에는 차를 운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고, 차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물며 바다를 건너가는 것은 더 큰 비용과 위험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커티삭이라는 범선이 있었습니다. 위스키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꽤 유명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당대 최고속도를 낼 수 있던 배로써 해마다 첫 번째 생산되는 햇차를 실어 나르는 경쟁(햇차를 가장 먼저 경매장에 가져오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건조된 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빠른 커티삭이라 할지라도 범선이 비행기나 기차보다 빠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홍차는 이미 산화과정을 거쳐 만든 차입니다. 산화과정을 거친 차이다 보니 녹차에 비해서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까지 차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홍차의 긴 유통기한 덕분이었습니다. 홍차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익일특급 말고 우표 한 장으로도 충분해진 것이지요. 이제 가격도 낮아졌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홍차는 세계 곳곳으로 넓고 멀리 퍼져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넓고 험한 텐샨산맥과 고비사막, 히말라야를 너머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러시아, 몽골과 티베트 등지에서도 홍차 같은 산화과정을 거친 차나, 보이차처럼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도 오랜 기간 보관 가능한 차를 마셔왔습니다. 역시 녹차처럼 부드럽고 순하지 않은 탓에 그대로 마시지는 않고 대신 야크버터나 동물의 젖을 넣어 일종의 밀크티 형태로 만들어 마셨습니다. 몽골의 수테차, 티베트의 수유차가 대표적이며 인도에서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짜이(차이/챠이/마살라 차이)가 되지요. 어? 그런데 마시는 방법이 비슷한 차이, 밀크티, 수테차가 왜 차 cha’와 ‘티 Tea’로 따로 불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제발 궁금하다고 칩시다.) 그게 정구지와 부추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까… 아차차茶… 이야기가 너무 깁니다. 잠시 끊고 다음 편에 차와 티에 관해 말하면서 라면과 홍차에 대한 설명도 슬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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