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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창 May 16. 2023

방과 후 티 타임 #6

라면과 홍차의 고향 .하


 티 타임 Tea Time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90년대 에는 꽤 자주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유로운 휴식과 동의어로 여겨졌던 단어입니다. 요즘에도 티 타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나요? 커피 브레이크나 커피 타임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아지지 않나요? 어째서인지 커피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쉬는 느낌보다는 일을 위해 충전하는 느낌이 듭니다. 편견일지 몰라도 저는 그렇게 느끼게 됩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 한 잔 합시다.”라고 말합니다. 차를 마실 때는요? “티 한 잔 합시다.” 그렇게 말하나요? 티 타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보통은 “차 한 잔 합시다.”라고 말합니다.

-와 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차는 어쩌다 티가 되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하다고 칩시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그 이유는 정구지와 부추의 차이처럼 사투리 때문입니다. 티라는 단어가 유럽 어딘가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영어를 잘하 척하려고 차를 티라고 계속 말해봐야 결국 중국 사투리를 자신 있게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디스 이즈 정구지.” 같은 것이지요. (억지 입니다만…)


 2000년대 중반에 북경과 상해에 업무와 여행차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도로와 지평선을 지우는 공기. 차마 가늠하기 힘든 압도적인 땅덩이. 고작 김제평야를 본 것이 전부였던 저로서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상해에 있을 때 일입니다. 호텔 주변에 있는 상점에 물과 담배 따위를 사기 위해 들렀는데, 입구에서 모택동이 입었음직한 쪽빛 재킷을 입은 할아버지가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물론 잘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어 실력이 형편없는 것은 매 한 가지입니다. 대충 알아듣기 힘든 질문들 속에 익숙한 단어 몇 개가 들렸습니다. “그 물 얼마야? … …. @@@ @@” 멀뚱히 서있던 저는 겨우 알아들을 수 있던 질문에만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두 개에 00위엔(‘입니다’는 못했지요.)” 제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듯 손짓을 하며 다시 무어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1234@#$%1235%^^” 모를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다른 지방에서 온 일꾼이나 여행객쯤으로 여긴 것인지 계속해서 친근하게 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웃으며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계산을 마치고 황급히 가게를 나섰습니다. 워낙 많은 지역과 언어 부족 민족이 섞여있어서 그랬을까요? 한국이라면 억양만으로도 대충 외국인인 줄 알았을 텐데 말입니다.

 데덴찌 아십니까? 엎어라 뒤집어라는요? 저는 모두 스무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됐습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조 발표 인원을 정하는 도중에 “데덴찌로 나누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와 다른 학우 한 명만 그 단어의 뜻을 몰라서 우왕좌왕했었죠. 알고 보니 그 학우도 지방에서 온 유학생이었습니다. “아! 엎어라 뒤집어라?” 유학생이 그렇게 말했지만, 저는 그때 까지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제 고향에서는 왜색이 짙은 단어로 불렀거든요. 다소 깁니다. “우에 시다리, 찌단말 없기.” 그런 식으로 불렀습니다. 편을 가르는 간단한 일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들 그런 기억 하나쯤 있지 않나요? 저만 그랬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 차차茶… 사투리에 관해 말하다 보니 샛길로 많이 비껴갔습니다.


일반적으로 차茶는 cha chai chya 차 차이 차아 챠 찻 어쨌거나 차차차입니다. 물론 세부적인 발음 음의 길이 성조 등에 미묘한 차이가 있겠지만 차는 차입니다. 차를 말하는 표준 중국어쯤 된다고 해두지요. 한국식 한자음으로 다라고 읽기도 하지만 역시나 일상생활에서는 차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인도 등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너머 구)페르시아와 아프리카 일부에서도 차와 유사한 발음으로 불려집니다. 그런데 왜 서양에서는 티-라고 부르게 된 걸까요?

만들어질 당시 가장 빠른 범선 '커티삭'같은 이름의 스카치위스키. 어쩌면 차를 싣고 영국으로 간 커티삭에 다시 스카치위스키가 가득 채워져서  아시아로 왔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해상무역의 관문이었던 중국 푸젠성에서 차를 테 Te로 불렀기 때문입니다. 처음 푸젠에 도착한 푸른 눈의 선원들은 푸젠사람들이 테라고 부르면 그냥 그런 줄 알았을 겁니다. 나중에 "사실은 사투리였네."라고 깨달았겠지만 바꾸기에 너무 늦어버려서 굳어졌겠지요. 그렇게 실크로드 등 육로를 통해 전파된 차는 ‘차’가 되고 바다를 건너간 차는 ‘티’(The, Te, Tee, Tea)가 되었다는데, 부산과 가까운 일본에서 부침개를 지지미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려나요? (동남아 일부국가에서는 해상무역을 통해 차를 접해 티라고 부르기도 하고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차를 받았던 포르투갈은 유럽권에서 유일하게 차라는 발음을 쓰기도 합니다.)
 
 세계 차 소비량 중 홍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서양에서 차(티)는 곧 홍차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입니다. 전 편에서 그 이유 대부분을 소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이번 편을 위해 남겨뒀습니다. 바로 티의 고향 푸젠성이 홍차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홍차가 만들어진 곳이 바로 푸젠성이지요. ‘정산소종’이라고 부르는 고급홍차가 바로 그 푸젠성에서 출발해서 유럽 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홍차의 원조 정산소종의 맛은 짙은 숲의 향기와 특유의 훈연향기가 지배적인 독특한 차입니다. 아마 그때까지의 차와는 확연히 다른 특별한 차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나중에 인도 등 식민지 영토에서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영국이 그 맛을 흉내 내서 만든 것이 여러분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얼 그레이 홍차입니다. 푸젠성은 차무역을 시작한 이후로 중국 내 차 생산량 1위 지역이 되었고 여전히 차(티라고 불러요겠군요.)의 고장으로 불립니다.
또 한 가지 유명한 중국홍차가 있습니다. 은은한 난꽃향이 일품인 ‘기문홍차’입니다. 영국인들이 아침에 마신다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에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기문홍차입니다. 녹차용 찻잎으로 만든 기문홍차는 은은한 향기와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우유나 과일 따위 없이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갑니다. 저도 매우 좋아하는 차입니다.

차와 티에 관해 말하고 고향과 사투리, 라면과 차의 유사성에 대해서 두서없이 말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왜 처음에 우려냈던 티백홍차의 맛이 그냥 마시기에 부담스러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나요? ? 네??


자! 티(영국식 홍차)를 마시는 방법은 알아봤으니 이제 차를 마시는 방법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볼까요? 일단 시작한 이상 저는 계속할 작정입니다. 고작 서양식 홍차 중 일부에 대해서만 알아봤을 뿐이니까요. 물론 제가 쓰고 있는 글은 차를 전문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한 글은 아닙니다. 그저 차 한잔을 맛있게 마시기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차가… 참 종류가 많아서... 그런 이유로 조금 더 알아야 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홍차도 좋지만 녹차 우롱차 백차 보이차… 녹차 중에서도 … 일단 따라와 보세요. 많다면 많겠지만 마트 벽면을 가득 채운 라면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쉬울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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