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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창 May 22. 2023

방과 후 티 타임 #10

만만한 게 녹차. 상


 만만하다면 만만하고 까다롭다면 한 없이 까다로운 차가 녹차입니다. 그래도 일단 만만합니다. 서울이라면 슈퍼마켓에서 쉽게 녹차티백을 구할 수 있습니다. 현미녹차라면 편의점이나 문방구에서도 판매하지만 가능하다면 녹차잎 100% 제품을 추천합니다. 과거에는 녹차의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고가의 차였지만 해외구매대행도 보름을 넘기지 않는 요즘에는 만만하고 수수해졌습니다. 차를 많이 생산하고 마신다는 중국에서도, 차에 밥도 말아먹는 일본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게 녹차입니다.


아이들 입맛에도 제법 만만한가 봅니다. (녹차가 쓰다는 말씀은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앞 글들을 읽으시면 왜 썼는지, 어떻게 하면 쓰지 않게 우릴 수 있나에 관해 설명해 놨습니다.) 첫째 아이가 두 돌 무렵부터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녹차를 밀어낸 적은 없습니다.

주말에도 꽈배기에 녹차를 마셨답니다.


 녹차는 수수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제법 화려한 향을 갖고 있지요. 코를 찌르는 자극적인 향이 있는 건 아니지길고 잔잔한 여운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과의 궁합도 좋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 사실상 없습니다. 찻물의 빛깔도 부담스럽지 않고 여러모로 만만합니다. 온도마저도 만만합니다. 75도 정도의 물로 우려냈다면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찬물을 타지 않고도 그대로 마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산도 있습니다. 국산 녹차는 제법 품질이 좋습니다. 초봄에 수확한 차의 가격은 꽤 높은 편이지만 대중적으로 즐기는 녹차는 일본산이나 중국산에 비한다면 저렴해서 매일 즐기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하동, 보성, 제주가 주 재배지로 유기농이라고 강조할 필요도 없이 농약 등 아이들에게 해가 될만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저도 가능하면 아이들에게는 국산 녹차를 우선적으로 권합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녹차도 훌륭합니다. 가끔 농약문제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국내에 정식수입되는 차들은 '식약처의 깐깐한 검사'를 통과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5월이니 이미 초봄에 수확한 녹차들이 유통되기 시작했겠네요. 절기상 청명 전에 수확된 녹차를 최고등급으로 치는데 스무 잔 정도 마실 양이면 티백녹차 오백 개를 살 수 있는 고가입니다. 작년 4월에 사둔 청명 전에 수확한 서호용정차(중국에서도 꽤 유명하고 고가의 차 입니다.)를 아끼고 아껴가며 마셨는데 올 청명 전에 모두 마셔버렸습니다. 올 해는 국산 우전녹차(절기상 청명과 입하 사이 곡우에 수확)를 구해볼까 하는데 역시나 고가이기 때문에 용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 너무 비싼 취미 아니냐고요? 여러분들이 만날 즐기시는 아아나 뜨아, 맥주나 위스키 가격에 비한다면 그다지 높은 가격도 아닙니다. 티백 기준으로 국산 고급녹차 20 티백이 2만 원 정도 합니다. 개당 천 원꼴이죠. 캔음료 보다 싸지 않나요? 고급녹차라도 계산해 보면 제법 만만합니다. 포장단위가 커서 목돈이 나가지만 말이죠. 일반적인 녹차라면 티백 한 개당 100원도 안 합니다. 정말 만만하지요.

그런데 너무 만만해서 일까요? 녹차를 즐길만한 곳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던 경양식집에서는 후식으로 콜라. 주스. 커피. 녹차 중에 선택이었는데, 녹차만 쏙 빠진 집이 늘어나더니 근래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정겹게 후식을 주는 돈까스집도 많이 사라졌지요.) 후식으로는 녹차가 참 좋은데 말이죠...

까스까스 사랑합니다.

아차차차...

장마 전에 할 일이 많아져서 바쁘네요... 데크에 페인트칠도 해야 하고 잡초도 뽑아야 해서요. 아마 녹차밭도 지금 한창 바쁘겠죠? 왜냐고요?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 편에 이어서 ~

돈까스를 먹었다면 후식은 녹차! 2차 데이트로는 커피숍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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