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생각에 머리가 아픈 사회초년생의 발버둥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다’고들 한다.
'좋은 점이 있으니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말을 내포하는 말.
내가 나약하게 말할 때, 사람들이 나에게 던지는 말.
배부른 소리 한다는 듯이 쳐다보며 하는 말.
이 말에 얽매어서 지금까지 나의 마음과 싸웠던 것 같다. 매번 모순된 상황을 견디며, 내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회사 자체의 장단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참에 한걸음 떨어져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장단점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회사를 다니면서 기록한 회사의 장단점 일부를 작성한 것이다.
(참고사항: 필자는 디자인팀 3년 차 사원)
사회적
누군가 나에게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메신저로 하며 업무 발표할 일이 많이 없다.
연차 및 칼퇴를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보긴 하지만)
연차를 쓰는 날은 핸드폰을 꺼놔도 무방할 정도로 연락을 안 받아도 상관없다.
업무조절을 할 수 있는 인하우스이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아부 문화가 없는 편)
직속상사가 모든 것을 컨트롤해 준다.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분배)
책상 자리가 넓고 가림막이 있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안 보인다.
일이 없을 때 내가 일이 없는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직속 상사 제외)
디자인팀을 비교적 존중을 해주는 분위기여서 뻔뻔하게 기계 취급하는 (대놓고)하는 팀들이 많이 없다.
사람들이 비교적 예의 있고 내 상식선에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아직까지 나에게는)
업무적
미리 정해진 포맷이 많아 약간의 변형 및 컬러 변화를 주면 된다.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울만한 작업이 없다.
직속 상사가 컨펌하며 수정하고, 그 이유를 말해주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성능이 최상이다. (이것조차 없는 회사가 많다고 한다..)
디자인이 대중적이면서도 정제되어 있고 완성도가 높아, 실무 감각을 익히기에 좋다.
주로 하는 일이 사진 + 텍스트 배치이기 때문에 타이포그래피 기초를 조금 더 단단히 할 수 있다.
여러 온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작업들이 있어 여러 가지 경험하기에 좋다.
업체가 정해져 있어서 발주에 그리 큰 리스크가 없다. 인쇄소에 직접 가야 하거나 감리를 봐야 할 일이 적고 택배 및 퀵 연락이 쉽다.
교정을 봐주는 홍보팀이 있어서 최종적인 텍스트 오타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회사 안에서 업무 순서, 업무 중요도, 일정의 중요성, 업무 보고방식, 팀과 업무 공유 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여러 부서가 있어서 업무 분업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사회적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 커뮤니케이션 및 소통 능력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게 오히려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자극이 없으니 시간은 무의미하게 빠르게 지나가고, 성취감도 크지 않다.
편하게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없다.
평일 낮에 햇빛을 받을 시간이 없어 일상감이 없다고 느껴진다. (나에게는 꽤나 중요한 문제이다. 재택 혹은 주 4일이 필요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다. 계속 일만 하고 생산만 해내는 기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가 쉬지 말라고 안 하지만 누가 쉬라고 하지도 않는다.)
연봉이 매우 매우 적다. (다들 그렇겠지만...)
업무적
업무가 반복적이며, 디자인적으로 무언가 새롭게 알게 되고 배우게 되는 점이 많이 없다.
철저한 수직적 구조라서 타 팀이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하기 불편하다. -> 돌발상황에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다른 팀과 소통이 많지 않아서 기획이라던지, 어떤 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 디자인 기획단계에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
주로 ‘이런 느낌’으로 제작하라는 요청을 받아서, 무엇을 표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겉으로 디자인된 레퍼런스 느낌을 내는 것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텍스트를 자세히 읽어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뇌 빼고 작업하는 느낌이 든다.
툴을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써서 발전 가능성이 낮다.
외근이 없다. → 장점이자 단점 / 다양한 외부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 (예를 들어 인쇄소, 행사장소, 설치 장소 등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인하우스 특성상 과감한 그래픽이나, 사진효과등을 적용할 수 없다.
일의 단위가 매우 짧아 쉴 틈이 없는 느낌이 든다.
리스트를 써보면 머릿속에만 어렴풋하게 있던 회사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내가 이후에 나아가야 하고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명확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내가 지금 현재 회사의 장점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것과 회사의 단점을 완화하기 위해 내가 행동해야 하는 것을 찾으면서 불안함을 줄이고 현실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위 리스트를 보고 누군가는 '정말 괜찮은 회사다'라며 판단할 수 있고, 누군가는 '정말 별로인 회사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너무나 다양하고,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천차만별이기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 리스트처럼 최대한 자세히, 사소한 부분까지 작성해 보면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조금이라도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