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야외 결혼식을 하다.
장마철입니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리고 습한 요즘이에요. 혹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 계시나요?
저는 한 때 비 오는 걸 정말 싫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1년 넘게 준비 해 온 결혼식 날 비가 온다면 기분이 어떠실 것 같나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낙심 하지 않을까요?
저는 남편이 교포인 탓에 해외에서 오는 하객들이 30분 정도 결혼식을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쉬워 외국처럼 길게 우리만의 행복한 파티를 할 수 있는 결혼식을 꿈꿨습니다. 웨딩 베뉴도 상당히 비싼 곳이었고, 야외 한옥이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1년 간 준비한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결혼식 날을 맞이했습니다.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근화원이란 한옥 야외 베뉴는 마치 우리 둘의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기로 해서 더욱 특별한 날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하루 전날, 끔찍한 비 예보가 왔습니다.
저는 믿을 수 없다는 마음과 함께 엄청난 실망감에 빠졌습니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 날이 비로 인해 망가 질까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가 예상치 못한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결혼하는 날의 습도, 빗방울의 굵기, 햇빛의 양, 이 모든 게 이제 앞으로 우리 인생에서 좋은 날씨의 기준이 될 거야. 어떤 날씨든 그 날은 우리 둘의 결혼을 모두가 축하해주는 날이고 행복한 날이니까 앞으로 우리 결혼식의 날씨 상황은 우리에게 좋은 날씨의 기준이 될 거야."
하지만 남편의 한마디 덕분에 제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남편의 진심 어린 말에 저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의 말은 제 마음의 흐릿했던 구름을 걷어내고 따스한 햇살을 비추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결혼식 날에는 예상보다 훨씬 맑고 시원한 비가 내렸습니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우리의 결혼을 축복하는 듯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저는 남편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이제 저에게 비 오는 날은 단순히 싫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결혼을 상징하는 특별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어떤 날씨든 우리의 사랑은 변함없이 아름답고, 그날 그 순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 전래 동화에 어떤 어머니가 아들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우산 장사, 한 명은 부채 장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어머니가 비가 오면 부채 장사 아들 땜에 울며 걱정하고, 해가 뜨면 우산 장사 아들을 걱정하며 울었다고 하는데 사실 생각을 바꾸면 모든 날이 이 어머니에겐 행복한 날이었던 것입니다. 해가 뜨면 부채 장사하는 아들이 잘 되니 기쁘고, 비가 오면 우산 장사하는 아들이 잘 되어 기쁘니 말이죠.
우리가 바꿀 수 없는 하늘의 '운'이 달린 문제엔 힘을 뺄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저는 결혼식 전날 말해준 남편의 말 덕분에 덕분에 비 오는 날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결혼식 날 비가 온다는 것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결혼식 날과 비슷한 날씨인 날엔 결혼식 날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 하며 기뻐합니다. 앞으로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이처럼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씨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오는 날 결혼식 하면 잘 산다고 합니다. 야외 결혼식 하는데 비오는 여러분 어바웃 타임 영화처럼 한 편의 영화같은 결혼 하늘이 도와야만 할 수 있는 연출 아닌가요? 특별하고 의미있는 결혼식이니 낙담하지 말고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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