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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희 May 06. 2024

Ⅰ부-2. 청소년과 저널테라피를 한다고? 왜? 1)

1) 청소년기와 저널테라피

“애들이 글을 쓰겠어요?”

청소년과 함께 저널테라피를 해보시라고 권유하면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나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녜! 애들이 글을 씁니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은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나 청소년들과 저널테라피를 할 때 가장 많이 만나는 반응은 다음과 같은 저항감이었다.      

“무슨 글을 쓴다고? 귀찮은데?”

“나는 글 못 쓰는데?”

“나는 글 쓰는 것 싫은데?”

“이런 걸 왜 해! 짜증나!”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괜한 시간낭비가 아닐까?”

“우선 처음에 썼을 때는 어색하고 하기 싫고 그랬는데” 

“처음에는 글쓰기 민망하고 그냥 별로 끄집어 내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하는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이런 걸 한다고 나에게 무슨 변화가 생길까 싶었는데”     


그럼에도 아이들이 글을 쓴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글쓰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저널테라피를 하며 이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널을 쓴 자신의 모습에 놀라는 아이들을 무수히 보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저널테라피가 얼마나 필요한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특징과 더불어 청소년기에 왜 저널테라피가 필요한지 살펴보려고 한다.  


청소년을 뜻하는 영단어 `abolescence`는 라틴어의 `adolescere`에서 유래했다. 이 라틴어는 `성장하다` 혹은 `성숙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청소년기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가며 성숙해 가는 시기임을 뜻한다. 청소년은 부모에게 의존하던 아동이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이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부모, 교사, 또래의 눈을 의식하며 사회적 평가에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기로서 진로에 대한 선택으로 고민하며 방황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 대한 정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어린이와 청년의 중간 시기이며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전환기)

- 대한민국의 청소년기본법에는 만 9세 ~ 24세

- 일반적인 경우에는 대부분 만 13세~만 18세로 중고등학생에 해당

- 10대,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 장차 성인으로서 사회와의 적응, 인생의 성패가 달려있는 중요한 시기   

  

청소년기가 ‘장차 성인으로서 사회와의 적응, 인생의 성패가 달려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부모, 교사, 상담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자주 잊곤 하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신체적 · 정서적 · 도덕적 · 사회적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짐

- 신체적 성장 비율이 이전보다 2배 정도 빨라지고 남녀의 성호르몬 분비로 인해 2차 성징이 나타남

- 감정기복이 심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자아중심적으로 생각함 

- 감수성이 예민하고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함

- 자아정체성에 대하여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음

-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어함

-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래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짐    

 

뇌과학자 다비드 부에노는 이러한 청소년기의 변화에 대해 네 가지를 제시하였다.  

 - 변화의 추구: 동기부여 촉진의 뇌 회로에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욕구 증가 

- 사회적 교류: 또래 관계를 구축하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기 자리 탐색

- 풍부한 감수성: 삶의 활력과 열정을 추구하고 주변 위험 요인에서 자신을 보호함

- 창조적 탐색: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견을 내고 혁신을 추구함    

                                                               <부에노, 말랑말랑 청소년의 뇌>     


그리고 교육학자 페인스타인은 청소년기의 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10대들은 새로운 뇌를 조각해 가고 있다.

- 뇌의 일부는 청소년기에 그 효율성이 100% 증가한다.

- 10대의 뇌는 감정(편도체)의 지배를 받고, 성인의 뇌는 사고(전두엽)의 지배를 받는다.

- 청소년기가 끝날 무렵, 10대의 뇌는 1,000조 개의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낸다.

- 10대의 뇌는 기회의 창, 감수성의 창이다.   

                                                           <페인스타인, 청소년기의 뇌 이야기>     


부에노와 페인스타인의 주장을 바탕으로 청소년기의 뇌에 대해 상상을 한번 해보자! 청소년기에는 자지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건축공사가 뇌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공사가 잘 이루어지도록 감독할 수 있는 작업 중 하나가 저널테라피이다. 처음에는 어떤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지도 가늠이 안 되는 공사장에 서서 부실공사가 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인지신경과학자 리프는 뇌를 종이에 옯기는 행위가 글쓰기라고 했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동안 당신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무의식과 의식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면 위에서 시각화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동안 당신은 자신 안에 있는 유해한 생각들을 분별해낼 수 있다. 이처럼 글쓰기는 생각의 ‘해독’(解毒) 과정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당신의 뇌를 지면에 옮기는 행위이다.  <리프, ‘뇌의 스위치를 켜라’>    

                 

부에노는 청소년을 ‘애벌레 안에 숨어 있는 나비’에 비유하였다. 청소년은 자신이 어떤 나비로 태어날지 아직 모른다. 나비를 꿈꾸기는 하지만 과연 아름다운 비행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애벌레로 있는 지금의 자신이 너무 하찮아 보여서 좌절하기도 하고, 애벌레로서 여러 번 껍질을 벗어야 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다. 번데기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과정에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다.     

 

저널테라피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의 여정에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애벌레가 신비로운 변형를 거쳐 섬세하고 눈부신 날개를 가진 나비로 거듭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녜! 애들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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