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숙소

파빌리온 오페라 그랑 불바르

by 유이

여행에서 숙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위치이다. 물론 위치가 좋으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간다. 중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가격대비 훌륭한 숙소를 구할 수 있지만 될 수 있으면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보다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곳에 우선순위를 둔다.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숙소에서 쉴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곳을 위주로 선택한다.


파리는 가운데 1구부터 나선형으로 20 구로 나눠져 있다. 파리의 중심지구(Paris Central Districts)라 함은 1 구인 루브르 지구를 시작으로 오페라 하우스, 증권거래소가 있는 2구, 마레지구인 3,4구, 소르본 대학이 있는 5구, 고급 부티크, 전통적인 카페가 많은 6구, 에펠탑이 있는 7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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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렸을 때 몇 번 파리를 왔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처음 파리 여행을 온 것처럼 주요 포인트를 다시 한번 가기로 했다. 숙소는 중심지구에 있는 파빌리온 오페라 그랑 불바르라는 호텔로 정했다. 동서남북 2~3km 내에 인기명소 몽마르트르 언덕, 개선문, 루브르, 오르세, 마레지구 등 주요 포인트는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호텔 이름에 오페라가 들어가 있어서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인 줄 알았는데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이 정도면 오페라 하우스 근처라고 해야 될지 아닐지... 근처 다른 호텔도 오페라란 이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여기선 그렇게 생각 하나보다 했다.

<파리 중심지구에 위치한 숙소>
<숙소 주변 정보>

밤늦게 도착한 숙소는 생각보다 낡았고 작고 그리고 무척 더웠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짐 들고 2명이 겨우 탈 수 있는 사이즈로 수동으로 문을 열고 닫아야 했다. 파리는 현대식 건물 말고는 많은 곳에서 아직도 수동식인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당황해하는 것 같아 파리는 대부분 이렇다고 얘기를 하곤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 이렇지 않았는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하룻밤에 30만 원이 넘는 곳인데도 이 정도니 파리가 비싸긴 비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들어서니 더블베드와 타워형 팬이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놀란 맘에 프런트에 내려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본인은 단지 밤에 일하는 사람이어 서고 내일 아침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하는 수없이 오늘 밤은 이렇게 지내야 한다. 거의 이틀 꼬박 밤새다 시피한 나는 너무 피곤하여 금방 잠이 들었는데 아이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덥다고 짜증을 낸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혹시나 창문을 열어보니 방으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훨씬 시원하다. 도둑이나 벌레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잠시 창문을 열지 않고는 잘 수 없는 상황이어서 소심하게 창문을 열어놓고 일단 다시 잠을 청했다.


자는 둥 마는 둥 피곤한 몸을 이끌고 프런트에 내려갔더니 어젯밤 그 청년과 교대한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프런트에 나와 있다. 트윈베드와 에어컨 얘기를 했더니 방은 예약이 끝이 나서 바꿔줄 수 없고 3성급 호텔에서 에어컨은 의무가 아니다는 말을 했다. 사진만 보고 필요 사항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한국에서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기도 했지만 에어컨이 없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상황이라 이럴 땐 좀 더 계획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1주일치 호텔 비용은 이미 다 지급을 해서 달리 방법이 없다. 적응하는 수밖에...


마음을 다 잡고 혹시나 지도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일단 지도를 보고 대략적인 위치와 동선을 어떻게 할지를 알아놓기 위함이다. 요즘 누가 지도를 보겠냐 마는 오랜 세월 해온 습관 같은 거라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물론 돌아다닐 땐 구글맵에 의존한다.

프런트 맨 아저씨가 지도를 쫙 펼치더니 주요 요소들을 색칠해 가며 너무나 친절히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서 오늘(6월 21일)은 파리에서 뮤직 페스티벌이 있어서 어디든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올해 제일 더운 35도까지 올라가니 물을 꼭 지니고 물은 주방에 가면 받아서 갈 수 있으니 병만 준비하면 된다고 그리고 햇볕을 피해 그늘로 다녀야 하고 4~5시가 제일 더우니 조심해야 하며 밤 11시까지는 시끄러울 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니 한결 마음이 나아진다.

<프런트 맨이 표기해 준 파리의 주요 명소>

로비에서 얘기를 나누다 뒤를 돌아보니 간단히 차려져 있는 음식들과 마음대로 먹으라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배가 고파서 혹시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한다. 앗싸~~ 이런 재수!! 항상 조식을 포함해 예약하는데 이번엔 파리지엥처럼 길가 카페에서 먹으려고 일부러 조식 주문을 안 했는데 공짜로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게 되다니 너무 기분이 좋다. 음식도 딱 내게 필요한 것들만 차려져 있다. 아저씨의 친절함과 별거 아닌 조식 서비스에 숙소에 선택에 대한 의문은 눈 녹듯이 녹아버리고 가격대 성능비 좋고 위치 좋은 곳으로 잘 선택했다고 자신에게 체면을 걸게 된다.

흡족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조식포함 호텔가격이 얼마였나 혹시 다시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가 예약한 것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져 있다. 뿌듯~ 숙소에 대한 평점도 나쁘지 않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위치도 좋다. 파리에서의 일주일을 잘 지내보기로 마음먹는다.


Servez-vous comme a la ma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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