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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민 Jun 06. 2024

직장과 이별하기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바다를 먼저 생각한다.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도 있겠다. 어쩌면 파도를 보며 멍때리기 좋은 장소 일수도. 누군가 왜 바다야? 하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답을 했다. 다른 말로 ‘끌림’이다. 역동적인 파도를 딱 붙들고 있는 도도함과 비에 젖지 않는 온화한 바다는 그 자체로 의지할 만한 곳이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밀려왔다 사라지는 모든 파도를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우리는 작은 파도처럼 존재한다. 아침마다 이불을 차고 일어나 힘차게 일터로 향한다. 오늘도 밀려나고 밀려들고 하면서 부서져 간다. 우리는 작은 바닷가 같은 일터를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평온한 호수 같은 곳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점차 우리는 헌신에 비해 자기의 쓸모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스스로가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파도는 열심히 달려 나가지만 바위 같은 것들이 막아서서 부서져 버린다. 나의 작은 파도는 한곳에서 20년 이상 밀려나고 밀려들기를 반복하면서 결코 멈춘 적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공들여 쌓아온 것들이 모두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이도 들면서 바다로 나아가는 것도 두려웠다.

     

찬란하게 빛나는 파도들에게 에픽테토스는 말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 내가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일에서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어떻게 이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못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에게 쓸모없는 파도는 없다. 작은 파도들을 품는 거대한 바다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또한, 백발이 성성한 세계 최고령 패셔니스타 아이리스 아펠은 말한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0대야! 인생은 딱 한 번뿐이에요!”

    

파도의 본질은 부서지면서도 끊임없이 바다 이곳저곳을 이별 여행하는 게 아닐까. 이별은 인생에서 아픈 순간이다. 유세미 작가는 <성공이 전부인 줄 알았다>에서 “20년 넘게 견고히 나의 울타리가 되어 준 회사와 하루아침에 결별했다. 그동안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뭉텅 도려내진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나답게 사는 용기’로 직장과의 이별 성공담을 전한다. 이처럼 이별은 망망대해에서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고향 바다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파도는 많은 변화와 성과를 이루었다고. 또 다른 가치 실현을 위한 직장과의 이별을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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