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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민 Jun 09. 2024

소통의 오류, 착각에 대하여

둘째 딸이 중학생이 되었다. 어리지만 차분하고 인내심 많고 사람들 배려하는 성격 탓에 이쁨을 많이 받는 아이다. 부모의 여러 주문에도 반항 없이 성실한 모습을 보이니 늘 기대가 크다. 네 살 때, 거리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갑자기 멋들어지게 춤을 춘 적이 있다. 집안에 없는 춤 유전자를 가졌나 하면서 크게 놀랐었다. 이후 녀석은 식구들 생일 때마다 축하공연으로 무대 경험을 쌓아 갔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설득하여 댄스학원에 갔고,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S.B라는 팀의 팀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6학년까지만 활동하는 조건이었다. 국내 댄스대회에서 제법 수상도 많이 하고, 심지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팀 활동은 중1까지로 자연스럽게 연장되었다.

    

나는 학창 시절 춤을 추는 친구들은 모두 딴따라, 공부도 안하고 소위 발랑 까진 애들이라 멀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육지에서 제주로 향하는 배 위에서 댄스파티가 열렸다. 한 친구가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친구와는 눈인사 외에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불량하고 공부도 못하는 춤쟁이 친구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같은 연구실에 그 친구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학업 능력도 우수하고, 성격도 좋고, 내가 생각했던 부정적인 것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춤 잘추던 친구를 불량스러울거라 단정짓고 오랫동안 착각을 한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우면서, 난데없이 딴따라로 오해받은 친구에게는 미안했던 장면이다.


딸은 매주 화요일 저녁 팀 활동을 위해 연습하러 간다. 동네 친구들 포함 세 명이 약속된 시간에 셔틀버스에 오른다. 몇 주 전 화요일, 대기 중인 차에 딸이 친구들과 시간차를 두고 마지막으로 올랐다. 여느 때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들과 꽁냥꽁냥 분위기를 기대했다. 평소 같지 않던 분위기 같은데 하면서도 내막을 몰랐던 아이는 평소처럼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 기사님이 ‘내가 조금 전에 말했지!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언성을 높여 말씀하셨단다. 아이들은 쫄아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안전 운전을 위한 기사님의 판단과 조치라고 이해하면서도 한편, 아이들에게 너무 강압적으로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불만도 살짝 들었다. 아이에겐 안전 운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알아듣게끔 이야기하고, 혹시 부당하고 불편한 점은 얘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사님과 소통이 없었으니, 오해와 착각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일 후로 걱정할 만한 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사람들 편에 서 있다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오해나 착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소통이 없다면 아무 말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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