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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불 Feb 15. 2023

(일본사정) 온천가의  리조트 맨션의 함정

일본은 고도성장기 및 거품경제 시대에 걸쳐서 호주머니 사정이 좋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보통 돈이 좀 생기면 별장이나 이런저런 삶의 질을 높일만한 뭔가를 찾기 마련인데, 일본이 딱 거품경제 이전까지 여기저기 리조트 붐이 일었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리조트 맨션"입니다.


리조트 맨션이 법적용어는 아니지만, 대개 인기 좋은 휴양(+온천)지에 세워놓은 분양 맨션(아파트)를 말하며, 온천지에 지어놓은 것들이 많아서 맨션 내부에 온천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아파트형 별장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일본 시즈오카현의 유명 휴양지 아타미시의 리조트 맨션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휴양지라서 저도 이런 곳 하나 사두고 느긋하게 눌러앉으면서 일도 하고 자연도 즐기고 온천도 즐기고, 언젠가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크지는 않지만 온천지의 리조트 맨션답게 온천시설도 딸려 있습니다.



이건 다른 리조트 맨션이지만 연식에 비해서는 내부도 깔끔하게 리모델링 잘해놨네요.


무려 오션뷰! 베란다에 의자 하나 갖다놓고 바다 구경하면서 독서도 하고 술도 한 잔 하기 좋네요.




저도 여유가 많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 집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휴양지에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나가서 자연을 벗삼아(?) 폼나게 산책도 좀 해보고, 그런 상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상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실현 가능할 것 같은데, 일본은 얼핏 평범한 직장인이라도 이런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품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이런 리조트 맨션이 엄청나게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보면 원화로 500만엔~2천만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평수도 40m2에 45m2정도면 12~14평 정도 되는 넓이인데 왜 이리 저렴한가?


당연한 얘기지만 "유지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특히 온천설비가 딸린 물건의 경우 온천 시설의 유지보수, 관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관리비나 수선충당금이 상승합니다.


비슷한 효용을 주는 물건이라면 유지비가 비쌀 수록 취득가액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저기 위에 있는 50만엔짜리 물건을 보면, 관리비 5.3만엔+수선충당금 1.4만엔으로 총 6.7만엔/월이 유지비로 투입됩니다. 거기다가 고정자산세(재산세)에 아타미시의 경우는 직접 거주하지 않고 별장만 가진 사람들에게 "별장소유세"를 과세하므로 그것까지 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50만엔짜리를 사면 앞으로 매달 세금포함 7~8만엔에 이르는 유지비를 부담하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자산이 아니라 부채를 인수하는 것과 진배없는 겁니다.


아예 별장에 눌러살면 모를까, 가끔 갈 바에야 저 돈이면 차라리 1박에 10만엔이 넘어가는 고급료칸이나 리조트에 폼나게 묵는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수조차 필요없는 계산인거죠.


그럼 유지비를 안 내고 버티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정도가 심하면 관리조합에서 소송 걸어서 경매에 붙여 버립니다. 일본은 맨션의 유지비가 한국보다 매우 비싼 편인데, 경매로 나오는 맨션을 보면 조합에서 소송걸어서 경매로 넘긴 물건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시가가 저 정도로 저렴한데, 경매에 내놓아도 안그래도 디스카운트 걸리는데 비싸게 팔릴 리는 없고, 처분대금을 뺀 나머지 미납관리비는 영원히 본인의 부채로 남는 겁니다.


그럼 다시 팔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부유층을 타겟으로 한 희소성 있는 특화 물건이면 모를까, 이런 수준의 리조트 맨션은 한 번 사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시 처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구입하는 쪽도 저 정도 산수가 안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도 저렴한 가격만 보고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은 일반적인 거주용 맨션도 한국보다 유지비(주차비부터가 별도로 받죠)가 비싸니, 단순히 가격만 보고 한국보다 싸다고 속단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하물며 온천 등 부대시설이 많이 딸린 리조트 맨션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버블시대의 `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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