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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Aug 30. 2022

동시대 미술의 특징 '참여'에 대하여

'라운드테이블'을 읽고



 '라운드테이블'은 동시대 미술에 관한 앤솔로지, 'Contemporary Art : 1989 to the present(Wiley-Blackwell, 2013)'를 번역한 책이다. '1989년 이후 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최근의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서술하고 역사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 이해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이 매끄럽게 읽히진 않는다. 다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음과 동시에 원문을 비교해서 읽어본다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은 동 시대성부터 포퓰리즘, 형식주의, 매체 특정성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난 동시대 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참여'에 대한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리엄 길릭, 마리아 린드의 글에서 참여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참여란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재검토하는 방식이다. 흔히 동시대의 예술은 참여를 의도적으로 장려하고 유발한다. 참여 방식이 사용되는 이유는 사회적 형성물이 예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중요한 맥락적 요소를 구체화하고 예술의 특정한 제도적, 구조적인 측면들이 작품 자체의 참여적인 잠재성에 의해서 전면 부각된다. 우리가 짚고 가야 할 것은 참여에서 수행적인 것과 참여적인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예시에 나오는 <공짜 맥주 프로젝트>는 참여적 실천의 크로스오버적 유형을 보여준다. 작가는 무작위로 사람들을 작품에 개입시키거나 그들이 작품의 일부를 이루도록 의도한다. 또 그들에 의해 작품이 창작된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이런 제작과정을 보면 단순 행위의 참여와 예술을 위한 참여의 경계가 굉장히 흐릿해진다. 본인의 행동이 곧 작품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는데도 과연 그것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확실히 작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작가 나름의 설득력 있는 매뉴얼이 필요할 것이다. 퍼포먼스적 측면이 존재하고 참여자들은 모두 능동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율이 필요하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이 아닌지 주관적인 경계를 객관적으로 만드는 작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확장된 영역의 참여를 이야기하는 조해나 버튼은 파급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예술 작품이 아닌 정치적 예시를 통해 참여가 보여주는 특징들을 말했다. 참여는 합류의 개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참가하거나 나누는 것도 관련되며 담론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통해 예술과 정치를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었다. 전유의 개념을 만든 크림프는 이미지나 오브제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해 관람자에게 적극적인 예술의 독자가 될 것을 요구하며 작품에 의미를 생성하는 관람자의 창조적인 역할까지 강조했다. 또 전유가 예술사뿐만 아니라 정치의 영역까지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참여의 개념은 니꼴라 부리요에 의해 정리되었다. 부리요는 작품을 매개해 참여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작가들의 이상적 프로그램보다 우위에 놓았다. 관계적 예술을 주장했던 부리요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보다 큰 문화의 교류와 생산 논리에 깊이 영향받는 참여의 개념을 불러온 것이다. 조해나 버튼의 글에선 다양한 예시를 선보이는데, 오바마의 선거광고와 메이플소프의 작업이 인상에 깊다. 오바마의 선거광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단순한 제스처로 보일 뿐 목적이 없는 수단이며 내용이 없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시선은 이끌었지만 진정한 참여는 이끌어내진 못한 것이다. 우린 실제 연결과 파급효과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갖는 예시 중 하나는 메이플소프의 작업이다. 그는 본인의 작업을 통해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참여 또는 공감에 대한 문제로 만들었다. 그의 이미지들이 그 자체로서 참여를 촉진하진 않지만 조해나 버튼이 제시한 논리의 틀에서 접근할 때 촉매 역할을 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모든 예술작품은 참여가 이루어진다. 작품은 예술가의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며 다른 사람들의 내부로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관람자들의 감상적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 깊은 시각의 참여를 위해선 참여를 통해 얻는 파급효과가 아주 중요하다. 왜 참여의 방식을 사용했는지, 참여를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는 어떤 양상을 띠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생각했던 참여의 개념을 다른 예시를 통해 확장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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