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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Nov 12. 2023

정신없는 최작가의 베테른 호수 앞에서 부려보는 여유

2028년 11월 10일 따스한 햇빛과 푸른 하늘이 너무너무 맑은 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pixabay

어느 한가로운 오후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 깜짝 놀라 얼마 전에 산 아이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나갔지만 까짓 거 갖고 있는 수십 대 중 한대인 것을. 꿈에 그리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받았는데 아이폰 한대쯤 부서진 것은 일도 아니다.

"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제가 받았다고요?"

"네~축하드립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수상식이 있으니 방문하실 수 있습니까?"

말이 필요 없지. 오늘 당장이라도 날아갈 수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정을 살펴보았다. 얼마 전 출간 한 동화책의 북콘서트가 다행히 이번주에 끝난다. 옆에서 무슨 일인가 쳐다보던 최비서(aka. 남편)가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게 비행기를 예매했다. 함께 꿈꾸던 일이 이루어졌으니 누구보다 기뻤을 것이다. 부모님께 소식을 알리고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공부 중인 딸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애니메이션 공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뒤 중학교 입학 전 유학의 길을 떠났다. 엄마의 수상을 있는 힘껏 축하해 준 뒤 본인도 겨울방학 동안 지브리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하게 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인터넷 기사에 떴다. 주하작가, 우리나라 두 번째 아동 문학계 노벨상 수상.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우리 출판사 직원들은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유명 동화 작가이자 천만 아티스트 유튜버로 출연하게 됐는데 상 받은 것으로 내용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유퀴즈 작가의 전화가 왔다. 일정을 바꿔 상을 받고 와서 촬영을 하자고 한다.


기사를 그새 읽었는지 남준(RM)이에게 dm이 왔다. 수상을 축하드린다며 축하 케이크를 퀵으로 보내왔다. 곧 있을 콘서트의 vip석 티켓과 함께. 5년 전만 해도 꿈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그와 알게 된 것은 내 전시회에서였다. 일러스트 전시회를 열었을 때 보러 와주길 바랐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질 줄이야. 예술 쪽 지식이 많은 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고 내가 아미인 것을 알고 기뻐했으며 그 후 콘서트 때마다 티켓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 그들도 그래미어워드에서 3번째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나는 선물로 대형 팬아트를 보냈고 그건 남준이 집 거실 한편에 전시되어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지금 수상을 위해 스웨덴에 와 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베테른 호숫가를 둘러보다 마침 예쁜 카페가 있어 들어왔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버터향 가득 담은 크로와상 한 개를 시켜 자리를 잡았다. 곧 있을 수상식을 위해 수상소감을 연습했다. "제 꿈이었던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남편과 딸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 내 동생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더불어 브런치 프로젝트 2기 동기들과 이은경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글 한자 쓸 줄 모르고 마음만 동동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게 해 준 그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너무 식상한 멘트 같지만 뭐 어때. 떨려서 저 말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 다됐어, 가자."

약속시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는 최비서가 들어와 재촉한다. 한 입 남은 크로와상을 입에 넣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주최 측에서 보내준 리무진이 눈부시게 빛이 난다. 시상식은 일주일 동안 여러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는데 나는 또 다른 일정 때문에 금방 자리를 떠야 한다. 그 일정의 주인공들이 연이어 축하인사와 사진을 보냈다. 다들 하와이에 도착했다며 와이키키 비치 앞에서 칵테일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다. 동기님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곧 갑니다.



참고로 이 글은 5년 뒤의 제 모습을 꿈꿔본 허구입니다 :)

지우기엔 아쉬워서 남겨두려는데 혹시나 싶어서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5년 뒤에 이 중 하나라도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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