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모공편의 적용
화이트홀 브리핑은 실무와 연구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최신 안보 이슈를 분석합니다. 뉴스 요약을 넘어, 저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3-Point Summary
1. 최근 대만 유사시 개입 여부에 관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과 이에 대한 쉐젠 주오사카중국총영사의 참수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습니다.
2.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공성은 하책이고 상대의 계획과 외교를 끊는 것이 상책임을 지적한 손자병법 모공편을 적용해 보자면, 중국의 강경 대응은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과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일본을 외교적으로 고립하려는 전략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3. 현 시점에서 중국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지, 한다면 언제가 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중.일 양국간 갈등이 아니라 지역 정세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일종의 예후 내지는 신호로서 바라보는 형태의 분석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0. 배경
지난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봉쇄가 발생할 경우 이는 일본의 안보 법제상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여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베이징은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으며,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축소했습니다. 또한 서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센카쿠/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에서 중국 해경의 활동을 강화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지금은 삭제된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쉐젠(薛劍)의 발언을 시작으로, 거친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 총리를 언급하며 공공연하게 목을 벤다(斬)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저는 한 가지 단순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왜 베이징은 통상적인 외교적 항의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요? 베이징이 정말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
문득 떠오른 구절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손자는 전쟁에서 가장 상책은 적의 계략을 깨뜨리는 것, 즉 '벌모(伐謀)'이며, 그 다음은 적의 관계를 끊는 '벌교(伐交)'라고 했습니다. 무력을 사용하여 적의 군대를 격파하는 '벌병(伐兵)'은 그 다음이고, 가장 하책이자 비용이 많이 드는 선택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직접 공격하는 '공성(攻城)'입니다.
이 논리를 대만 상황에 적용하면 그림이 더 명확해집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대만에 대한 상륙 작전은 가장 어려운 형태의 전투 중 하나이며 필연적으로 막대한 사상자를 낼 것입니다. 손자의 용어로 말하자면, 이는 공성, 즉 최악의 선택에 가깝습니다.
이보다 한 단계 급이 높은 것은 군사력을 사용하되 상륙까지 가지는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축적된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사용하여 외부 지원을 차단하는 동시에, 분쟁 초기 단계에서 주요 군사 표적에 대규모 탄도 미사일 포화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대만의 전투 능력과 의지를 꺾고(伐兵) 전면 침공 없이 항복을 받아내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상위 전략인 '적의 계략을 꺾고 외교를 끊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이것은 미국, 일본, 그리고 대만 주변의 다른 파트너들의 전략, 내부 합의, 동맹 구조를 약화시키려는 노력에 해당합니다. 즉, 적의 계획과 대외 관계를 타격함으로써, 중국이 물리적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조국통일'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 베이징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바로 이러한 계획의 초기 단계일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발언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냉정히 말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강경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녀가 말한 내용의 본질은 혁명적이지 않습니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미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거나 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무력 공격에 준하는 상황을 조성할 경우,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협력하여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고 가정해 왔습니다.
2015년 안보법제 이후, 일본은 '존립위기사태'라는 개념을 통해 제한된 형태의 집단적 자위권을 법적으로 허용한바 있습니다. 당시 발동 요건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석가들은 이것이 일본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수방위(exclusively defensive defence) 원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입니다.
일본이 지금까지 대만 봉쇄를 존립위기사태와 공개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피하며 어느 정도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카이치의 발언은 거의 모든 사람이 사실상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했던 내용을 소리 내어 말한 것에 더 가깝습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한 다카이치의 부연 설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 총리는 그토록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혔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설명은 그녀의 국내 정치적 정체성입니다. 다카이치는 일관되게 자신을 아베 신조 前 총리의 정치적 계승자이자, 일본이 전후 체제가 부과한 헌법적 제약을 넘어 이른바 보통 국가가 되도록 이끌 정치인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이는 2025년 10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그녀가 아베와의 연속성을 반복해서 강조한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또한 국방비 지출을 GDP의 2%까지 끌어올리는 목표 시점을 앞당기고, 심지어 전통적인 비핵 3원칙까지 논의 테이블에 다시 올리려는 그녀의 행보를 볼 때, 이번 발언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3대 국가안보문서 개정을 앞두고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국내 지지 기반을 결집하려는 노력으로도 보입니다.
이 발언은 또한 워싱턴을 향한 메시지로 이해될 수 있는데,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현 트럼프 행정부는 도쿄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일본이 안보 행위자로서 보통국가로 거듭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보입니다. 미일 동맹은 오랫동안 동아시아 안보 구조의 중심축이었습니다. 이 동맹은 일본에 안보를 제공해 왔지만, 동시에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잠시 수행했던 지배적인 지역 강국으로의 재부상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도 기능해 왔습니다.
최근 미국 정치가 더 내향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더 큰 책임을 맡으라고 반복해서 요구함에 따라, 도쿄에서는 일본이 과거의 제약 일부를 벗어던지고 더 큰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미국의 암묵적 승인을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둘째, 첫 번째 포인트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일본은 자신의 역할 확대가 미국의 이익 및 입장과 완전히 일치할 것임을 워싱턴에 설득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카이치가 총리 취임전의 극우적 행보와는 다르게 예상보다 한국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온 점, 그리고 서울의 이재명 대통령 역시 다소 놀랍게도 이전 보수 행정부들과 실질적인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준 현상은 사실 매우 유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한다면, 기존의 동맹 구조가 계속 원활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동아시아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동맹 시스템에서 전통적으로 지상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 온 한국과 해군 및 공군력에 집중해 온 일본이 역사 및 영토 문제로 반복해서 충돌해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워싱턴의 관점에서 한일 간의 긴장은 단순한 양자 간의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이는 전체 지역 동맹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그리고 도쿄에서는 한때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던 한국 대통령과 서울에서는 극우 인물로 낙인찍혔던 일본 총리 사이에 2025년 10월 열린 한일 정상회담의 예상 밖으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모두 워싱턴을 향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좀 거칠게 말해, 한국은 미국이 설계한 동맹 구조를 더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역할을 확대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얻어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도쿄가 유사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워싱턴으로부터 무엇을 확보하고자 하는지 묻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2. 손자병법의 렌즈로 본 중국의 조치들
일본이 미국의 신뢰를 얻고 동아시아에서 서방 진영을 대표하는 주요 안보 행위자로 부상하려면, 먼저 한일 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오래된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에 대해 단호하고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카이치의 발언은 일본이 보통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인도-태평양에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알리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이징은 이토록 거칠게 반응함으로써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요? 이에 답하기 전에, 왜 제가 이번 사태에 큰 흔적을 남긴 쉐젠 총영사가 아니라 '베이징'을 주체로 언급하는지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그의 발언이 순전히 개인적인 돌출 행동이라기보다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참수 발언은 다른 소위 '전랑 외교(wolf-warrior diplomacy)' 사례들과 비교해 봐도 유독 강합니다. 하지만 베이징은 그를 공개적으로 문책하거나 해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국 당국은 이후 그의 발언 톤에 맞는 일련의 대일 조치들을 내놓았고, 중국 언론은 일본이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하려는 어떤 시도도 더 심각한 대결을 촉발할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그의 말은 고립된 개인적 실수가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현재 일본에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의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내용상으로는 '벌모(伐謀)'이자 '벌교(伐交)'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카이치의 발언은 사실상 대만 해협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주요한 법적 장벽이 없을 것이라는 공개적인 인정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위기가 곧 일본의 위기이며 미일 동맹의 위기라는 내러티브가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굳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만에 대한 발언 하나가 관광, 어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정부 및 비정부 교류, 그리고 더 넓은 인적 유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중국은 일본 정치인들에게 향후 대만에 대한 어떤 공개 발언도 실질적인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임을 경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내부에서는 다카이치가 너무 강경해서 국익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에 대해 강한 입장을 취하는 총리는 일본 경제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면, 도쿄가 대만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구조적으로 제약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적이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적의 계략을 깨뜨린다는 손자의 '벌모(伐謀)' 개념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게다가 이 신호는 일본 국경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호주처럼 이미 중국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 다른 인도-태평양의 미국 동맹국들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일본의 경험을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해 너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낼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행동은 미국의 동맹국인 이들 국가가 대만 문제에 대해 워싱턴이나 도쿄와 공개적인 입장을 일치시키기 어렵게 만드는데, 이는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벌교(伐交)'의 한 형태입니다.
동시에 보복의 위협은 이들 국가 내부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며, 논쟁적인 문제에 앞장서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러한 내부 여론의 분열은 '벌모(伐謀)'가 작동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나아가 베이징은 이 상황을 이용하여 '군국주의 일본'이라는 프레임을 되살리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하려는 계획,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 헌법 해석 변경 움직임 등은 모두 중국이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안들입니다.
주일본중국대사관은 또한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을 언급하며 일본의 조치들을 舊 적국의 귀환으로 묘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일본과 동아시아의 과거 식민지들 사이에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역사적 상처를 다시 열고, 일본의 도덕적 흠결을 부각해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역시 '벌교(伐交)'의 한 형태입니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징후들 역시 지역적 민감성을 자극하여 일본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 설계된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중국은 실제로 대만을 침공할까?
만약 중국이 궁극적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뭐라고 말하는지와 별개로 일본은 물론 대만, 미국이 자위권을 발동할 근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중국이 무엇을 하려는지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거의 신성시되었다고 믿었던 국경선 변경 불가와 현상 유지 원칙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단순한 낙관론을 고수하기도 어렵습니다.
회색지대 전술의 확대 또한 어디서부터 전쟁이 시작되는지 말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서 논의한 손자병법식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쟁은 실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의 여론, 정치, 법과 제도, 동맹 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재편하려는 모든 노력을 전쟁의 일부로 정의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중국과 일본 간의 감정싸움이나 단기적인 외교 분쟁이 아니라,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대결의 초기적.비물리적 단계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국면을 단순히 중일 간 양자 외교 분쟁이라는 틀을 넘어선 관점에서 논의하고 분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