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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pro Nov 13. 2023

[일상] #6. 평양냉면의 매력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

2020년 겨울,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친구와 같이 먹으러 갔던 평양냉면.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물기가 바짝 마른 겨울 특유의 나무 껍데기 내음과 코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상쾌한 공기의 향기.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가 '군대에 있는 동안 평양냉면이 계속 생각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차를 운전하면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평양냉면의 매력에 대해 설파했고, 조수석에서 '그래그래' 하며 호응하다 보니 어느덧 가게에 도착했다. 그 가게의 이름은 의정부에 위치한 '평양면옥'


의정부 평양면옥의 냉면 사진, 저번 달에 또 생각이 나서 먹으러 갔다가 찍었다.


난 냉면을 먹을 때 항상 무언가를 곁들여 먹는 습관이 있다. 만두라든지, 없으면 갈비, 아니면 김치라도.

아마도 이런 습관이 생긴 건 함흥냉면 특유의 시큼한 맛과 고기의 감칠맛이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에도 아마 이런 루틴이 작용해, 만두를 추가로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평양냉면 특유의 밍밍하고 감기는 맛은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무언가를 곁들여 먹는 게 평양냉면에겐 무례를 범하는 것 같이 느껴졌달까?

평양냉면의 육수까지 다 비우고 나니 배불러 만두는 남겼던 것 같다...


그 뒤로 나는 평양냉면을 먹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루틴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일단 냉면이 나오면 육수부터 한 모금 들이켜고 맛을 음미한다.

2. 그리고 면을 맛본다.

3. 이러한 의식이 끝나면 고춧가루를 뿌리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한다.



지난주, 나에겐 의정부 평양면옥의 냉면이 평양냉면의 고향 집이나 다름없기에 계속 그곳에서만 평양냉면을 즐겼지만, 문득 다른 평양냉면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평양냉면집은 우래옥.

필동면옥은 사진만 봐도 평양면옥과 비슷하게 느껴졌고,

국물이 진한 우래옥 쪽이 색다른 경험을 하기의 안성맞춤이라고 느껴 선정했다.


우래옥 가게 앞 사진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일단 국물이 매우 진하다.

육향이 우러났다고 해야 할까.

고명으로 올려지는 배의 상큼함과 진한 국물의 감칠맛, 면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우래옥의 평양냉면/갈비/동치미


시각적인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평양냉면의 비주얼과 달리 국물이 진한 갈색이라 입맛을 돋운다.

갈비와의 궁합도 좋다. 감칠맛이 곱하기 2배 되는 느낌이다.

음식을 다 비우고 후식으로 나온 배로 입가심하면 깔끔하다.


하지만 나의 평양냉면 맛 탐지 기본값은 평양면옥이 기준이 되어버려 내 입맛엔 썩 맞지 않았다.

맛있긴 한데, 취향은 아닌 느낌이다.

마치 수수하게 꾸미면 예쁜 친구가,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난 느낌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한 국물에서 우러나는 육향과 평양냉면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우래옥을

강추한다!


한 번 맛을 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양냉면, 글을 쓰다 보니 또 생각난다.

주기적으로 복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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