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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엄마 Jan 24. 2024

나의 깊은 우울

너에게 위로를 보낸 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외로워. 밤이 되면 혼자인 게 느껴질 때마다 더 잠이 안 와. 그러다 새벽녘에 잠들면 아침이 되어 허겁지겁 일어나서 정신없이 회사에 가. 그게 요즘의 일상이야."


혼자인 게 외로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남의 말 같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의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그의 마음까지 온전히 알 수는 없으니 그럴 것이다 추측해 본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그가 안쓰러워 매일 아침 출근길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눴다. 


가을이 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우울함이 있다. 뜨겁던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차가워지며 내 피부에 와닿을 때,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또 살아가야 하는 불안과 부담이 찾아오면 마음속 깊은 우울을 만난다. 가을부터 취직을 하게 되어 적응하느라 바빴던 나는 이번 가을 그 우울을 느낄 시간을 놓쳤다. 그래서인지 깊은 밤이 되면 한 번씩 우울함이 밀려왔다. 


그에게 말했다. 

"나 요즘 우울해." 

"너는 만날 우울하지." 

어떤 위로가 섞인 따뜻한 말을 바라며 했던 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비난 섞인 그 음성이 귓가에 남는다. 내가 그랬던가 돌아본다. '뭐? 만날 우울해? 사람이 살다 보면 우울한 날도 기분 좋은 날도 있는 거지. 넌 왜 꼭 그렇게 표현을 하니?'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를 노려본다. 

"나한테 우울하다고, 외롭다고 할 때 나는 너한테 전화도 걸어주고 따뜻한 말도 건네려 애썼는데,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은 다 삼켜버리니? 네가 예전에 소통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면서 네가 강의할 때 썼던 이미지 보여주면서 이야기했던 게 난 아직도 생생한데, 몇 년 새 넌 많이 변했구나."


말이 길어지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내 마음이 아파질 것 같아 입을 닫는다. 나와 오래 알고 지내고 깊어지면 내가 내 속의 이야기를 잘 안 한다는 걸 친구들도 느낀다. 말이 많고 거침없이 다 표현하는 것 같은데 생각과 다른 모습에 낯설어한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선물을 받는 좋아하지만, 친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는 이기심을 다. 사람에게 받는 위로, 아니 그들이 하는 위로는 그저 자신에게 하는 말일뿐이다. 또한 그가 외롭다고 했을 그를 위한 같았지만 사실 위로했던 것이다. 안의 외로움과 불안함을 달래려 그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나에게 했다. 


그래도 그가 칭찬처럼 나에게 말했다. 

"너의 우울함이 아이들 양육할 때는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넌 아이들만큼은 네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 키우고 있어." 

매일 그가 날 못 보는 게 다행이다. 사람의 모든 감정이 어떻게 전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오늘 엄마가 속상한 일이 있었어. 위로해 줄래?"

"엄마 오늘은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났어. 엄마 오늘은 조금 우울해. 오늘은 힘든 날이야 엄마 좀 따뜻하게 안아줘." 

아이들은 부족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위로하고 안아주면서 자란다. 살아가면서 어찌 매일 기쁠 수 있겠는가. 우울함도 지나가고, 외로운 시간도 지나가고, 고난의 시간도 지나가면 또 즐거운 시간도 오고, 재밌는 날도 오는 거겠지. 며칠 전 그의 말로 가슴에 벽돌 하나가 놓였었는데, 글이 정이 되어 벽돌을 콕콕 깨부순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크기가 작아지고 숨구멍이 하나 생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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