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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간호사 Mar 23. 2023

배고픔을 참는 방법

입원은 이제 그만

 병원에 입원하면 보통 나에게 필요한 치료는 금식이다. 약을 먹고도 통증이 지속되면 결국엔 병원에 가는데 도착과 동시에 의료진은 "물도 포함해서 아무것도 드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검사도 해야 하고, 지쳐버린 소화기관에 휴식이 필요해서 이기도 다. 금식을 하면 나의 소장과 대장은 휴식을 갖지만 그만큼의 시간 동안 배고픔으로 몸도 힘들고 덩달아 마음도 우울해진다. 하지만 금식도 치료니 견뎌야 한다. 며칠만 잘 버티면 곧 괜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검사에 지치기도 하고, 통증도 견디기 힘들지만 배고픔을 견디는 일이야 말로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병원비를 생각 다인실에서 지내다 보면 밥시간마다 사방에서 음식 냄새로 신이 혼미해졌다. 밥차가 다가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콧속으로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들. 어떻게든 배고픔을 견디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맛있는 밥이 들어있는 밥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배식할 때마다 환자 이름을 불러줬다. 그러나 내 이름은 한동안 불리지 않았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되면 커튼을 치고 억울함과 서러움을 속으로 삼켰다. 슬퍼도 어쩌겠나. 나를 위한 금식이다. 의료진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모든 걸 이해한다.



오랜 기간 병원 생활로 <배고픔을 참는 방법>을 터득했다. 엄청난 기술은 아니지만 나름 써볼 만하다.


첫 번째, 그냥 참는다.

많이 아플 땐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한 번은 얼마나 아팠던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눕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그냥 음식냄새를 있는 만큼 다 맡으며 침대에서 버티는 수밖에.


두 번째, 밖으로 나간다.

가장 쉬운 방법이다.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슬슬 이동폴대를 끌고 복도로 나가거나 로비로 나가 한 시간 정도 앉았다 돌아온다. 병실과 밖의 온도차가 있기 때문에 따뜻하게 입고 가는 건 필수. 그리고 가능하면 간호사실에 말하고 가는 게 좋다. 회진시간이 겹칠 수도 있고,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알려주면 좋다. 환자가 사라지면 걱정된다.

 

세 번째, 여러 종류의 영상을 시청한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보통 영상 한두 개만 봐야지 하다가 이것저것 또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두 눈이 황홀한 밥냄새를 이긴다.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영상을 만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네 번째. 퍼즐 맞추기

입원 중에 남동생이 퍼즐을 사 왔다. 식사 시간 동안 퍼즐을 맞추며 밥의 유혹도 거뜬히 이겨내고, 집중하느라 통증도 덜 느꼈다. 나의 경우 퍼즐 맞추기를 즐겨했지만 병실에서 할 수 있는 각자의 소소한 취미(그림 그리기, 글쓰기등)가 있다면 한 번쯤 해보길 권한다.


다섯 번째. 고 싶은 음식 적어보기

퇴원하고 나서 먹을 음식을 적어본다.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어놓고 수십 가지의 음식을 적었다. 그리고 퇴원 날 병원을 벗어남과 동시에 음식점으로 달려가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부터 하나씩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단,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부터 하나씩 먹어야 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몇 시간 안에 또 환자복을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배고픔을 참는 방법이라 소개했지만 솔직히 병원에 있으면 배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너~무 고프다. 아무리 포도당 수액을 맞아봐도 수액은 수액일 뿐. 덩어리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평소에도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지만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음식마저도 못 먹으니 많이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2022년 나는 처음으로 한 번도 입원하지 않는 해를 보냈다. 매해마다 가장 큰 목표는 '입원하지 않기'이다. 오늘은 2023년 3월 23일이다. 올해도 입원하지 않고, 금식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이 방법들을 쓰지 않기를.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길 간절히 바란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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