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실로 퇴근합니다 > 북토크
조용히 살고 싶었던 나였기에 북토크를 피해 가려 했지만, 어디 모든 일이 내 맘대로 될쏘냐.
< 병실로 퇴근합니다 > 출간 후 북토크, 낭독회를 함께 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때론 행인 1처럼 살고 싶은 나인데 북토크를 한다니.
내 능력 이상 그 이상의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한 책방지기님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누며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하겠습니다."라는 답을 드렸다.
씩씩한 대답 뒤, 난 또 고민에 빠졌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잘할 수 있을까?
하다가 눈물이 나면 어쩌지?
오랜 시간을 무슨 이야기로 채울까.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뒤죽박죽 머릿속을 헝클어 놓았다.
그러나.
난 요즘, 아니, (아마도 절대 죽지 않기로 결심했던 동생과의 통화 이후인 듯하다) 용기를 내어 살아내겠다는 그날부터 두려움이란 녀석은 나에게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라졌다. 무서움을 떨쳐낼 방법을 찾은 건지, 우울함이 나의 강단에 못 이겨 도망간 건지 모르겠으나 큰 숨 한 번 내뱉고 책을 꺼내 들었다.
한 문단, 한 장씩 읽어가며 독자들에게 들려줄 내 마음을 찾아 기록했다.
처음 혈변을 봤던 날 이상할 만치 덤덤했던 이성적인 내 모습.
확진 받았던 그날의 충격, 아버지의 눈물과 사랑하는 남동생의 진심 어린 마음도 차분히 써 내려갔다.
며칠 뒤, 북토크가 열리는 책방.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책방에 앉아 쓸어 담아 온 나의 마음을 많은 이들과 나누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코끝이 매워 말을 멈추기도 했지만, 천천히 이어 나가며 무사히 북토크를 마쳤다.
긴 시간, 나를 바라보던 눈빛을 기억한다. 따뜻함과 위로가 한껏 담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응원의 말을 전해 주었던.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 모습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졌다.
힘든 시간은 덜어내고, 쏟아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나의 무거웠던 슬픔과 억울함은 그날, 그 자리에 왔던 모든 이들이 서로서로 나누어 가져 책방을 나오는 내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고, 덜어낸 무게만큼의 빈자리는 기쁨과 감사함으로 단단히 채웠다.
며칠 뒤 또 있을 낭독회를 준비하며, 나누어줄 마음을 또다시 담아본다.
모든 이들이 건강하길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