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품은 일본어 단어 시리즈

1. さびしい(사비시이, 쓸쓸하다)

by 숨은결

일어에는 さびしい (사비시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보통 쓸쓸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일드에서도 참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한국어로 해석한 우리말 ‘쓸쓸하다'는 것과는 결이 좀 다르다.


일드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연인이 장거리로 떠나게 되어 못 만나게 되어 혼자 남겨질 때도 잘 쓴다. 또 데이트를 자주 하지 못하거나 친구들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혼자인 시간이 길어질 때도 “会えなくてさびしい。” 즉 ‘만나지 못해서 쓸쓸해'라고 말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거리감, 외로움, 단절 등의 감정이 남아있다.


반면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쓸쓸하다는, 허한 마음을 주로 나타낸다고 보인다. 혹은 공허한 마음일 수도 있다. 좀 더 존재론적인, 혹은 본질적인 뜻을 가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일본어 さびしい에 대응하는 뜻은, ‘심심해 혹은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힘들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외국어를 우리말로 해석할 때 미묘한 뉘앙스와 의미 차이가 존재하는 건 필연적이다.


몇 년 전에, 내가 속한 봉사 단체에서 외국인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다 같이 배웅할 일이 있었다. 마침 일본인이었다. “가셔서 아쉬워요.”라는 말을 일어로 하려고 했는데, ‘아쉽다'라는 단어를 어떤 걸로 쓰면 좋을지 몰랐다. 옆에 나보다 더 일어에 능통한 분이 계셔서 질문했더니, 그분은 내게 ‘さびしい’를 말씀하셨다.


국어사전에는 쓸쓸하다를 ‘외롭고 적적하다'로 의미를 적고 있다. 하지만 일어로 이 단어를 쓸 때는 단순하게 쓸쓸하다는 뜻으로만 통용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허전하다, 섭섭하다는 뜻도 있어 보인다. 누군가를 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들 때 특히 그렇다. 우리말의 쓸쓸하다에도 허전한 마음은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평소 나는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가? 또 언제 쓸쓸하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지 되묻게 된다. 쓸쓸하다는 말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쓸쓸함을 안고 살지 않을까? 숙명적이다. 당신은 어떤 단어에 마음을 실어 이야기하시나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