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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하는작자 Apr 26. 2023

우리는 왜 만들고, 그 일이 왜 중요한가

<장인의 공부> 피더 콘


목공 서적을 찾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초록 표지 ‘목공기초’의 저자 '피터 콘'

사십여 년 목공예 경험을 가진 장인이 말하는 장인의 공부라.

진정한 장인들이 활동하던 시대가 저물어 가던 때에 목수의 길을 선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구제작자가 되고픈 일념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고군분투한 끝에 뉴욕에 자신의 첫 작업실을 내었으나 안타깝게도 두 번째 봄을 맞이했을 때 악성 림프종인 호지킨병 진단받게 된다.


"화학요법을 받아도 생존율 55퍼센트 불과했지만 아픔과 건강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건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속체였고,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인류의 일원이었다.
남은 생애 동안 내가 뼛속부터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가구를 한 점이라도 더 만들어 세상에 전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술사나 신처럼 생각을 물질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가구 만드는 일을 소명(calling)으로 받아들였다.

무엇에 매혹되었던 것일까?

숙달된 공예 작업을 통해 자신의 손과 정신, 상상력이 선사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몰입을 통해 창조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제작자로만 머물지 않았고 교육자로서 확장해 갔으며 후반부에는 비영리 목공 학교 설립하고 경영자의 자리에서 공예가 자기 변화로 갈 수 있도록 여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것은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바뀐 것이다.


이쯤 되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장인이 되기 위한 매뉴얼 북이 아니다.

공예 작업을 비롯한 창조적인 작업(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자기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질문하고 답하고자 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창조적 노력이란 세상을 향한 기존의 믿음과 통념에 도전하는 과정이며, 이 도전과 결부된 실질적인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고 충만하게 만는다는 점’이다.


뉴욕 엘리자베스 거리에 자리 잡은 작업실 (1977년)

  

현대인의 삶에 만연한 정신적 영양 결핍을 치유하는방법으로서의 공예의 역할은 무엇일까?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를 낭만화하지 않아도 공예는 현대인에게 직장이나 일상에서 결여된 몸과 마음, 행동이 온전히 하나로 움직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공예품이 응답자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제작자가 사물에 집어 놓은 정보는 물론, 물건을 발견하거나 구매한 경험, 제작자와의 개인적 관계, 물건의 출처나 자신이 투사하는 의미를 통해 이루어진다.


창조적 작업의 핵심 구조는 발견, 구현, 소통



헛간에서 소나무로 만든 첫 작품 ‘아기 침대’



창조적인 개인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물건을 만들어 내지만 그 작업이 특정 분야와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것에 불과하다.


이 책을 쓰기 전, 나는 공예와 예술이 제작자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라 믿었고 그들이 가진 활력은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제작자를 사회의 연장선이자 큰 유기체 안에 포함된 하나의 세포로 본다.


가구 제작자로서 내 미적 목표를 표현하고자 사용한 진실성, 간소함, 품위 같은 단어들이 공예를 하며 내가 되고 싶었던 한 사람을 묘사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의 가치관이 명료해졌다.


파격적인 장소였던 '앤더슨 목장 예술 센터'

미국 서부 로키산맥에 늘어선 통나무 오두막과 헛간이 있는 목장.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 1981년 목공, 도자기, 그림, 직물, 사진 워크숍이 열린 '앤더슨 목장 예술센터'이다.


말루프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가구 제작자 존 나이퀴스트, 아서 카펜터와 같은 교수진이 수업도 이루어졌단다. 작업 교육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창조를 향한 열정으로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과 생계를 해결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가르침도 있었다고.


앤더슨 목장 예술 센터에서 위시본 의자를 만들고 있는 아서 카펜터 (1981년) 사진출처_google


목장은 창조적인 작업에 자신을 내던진 사람들, 정체성을 탐구하고 독창적인 서사를 구성하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인 임시 공동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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