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닮아가다> 린다이링, 잔야란
이 책은 ‘린다이링’ ‘ 잔야란’ 두 저자가 타이완에 있는 목공 작가 16명 작업실을 찾아가 인터뷰 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작업 공간을 방문하고 손때 묻은 작업도구를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뛰게 만들어요.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눈과 귀가 되어 귀퉁이 작은 사진도 하나 빠짐없이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16명의 장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목가구를 만드는 우이원이라는 여자목수였어요.
그녀는 폐목재 더미에서 소재를 찾습니다. 커다란 공구함이 실린 자그마한 스쿠터에 자신이 싣고 올 수 있을 만큼의 나무를 구입해야 하기에 주로 중소형 크기의 작품을 만듭니다. 체력이나 운반도구, 장소 등 자신의 형편을 고려하고, 오히려 이러한 제약을 조형의 독특함으로 극복한다는 대목에서 끄덕이며 공감했어요.
우이원은 재활용 목재에 좀이 쓴 부분을 도려내거나 못을 빼내는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나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그 수고로움마저 나무를 위해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던 거죠.
이렇듯 그녀는 목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특별했습니다.
"미래에 관하여, 우이원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작은 의식이 있다. 바로 가구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묘목을 한 그루씩 심는 의식이다. 이는 대자연의 베풂에 대한 감사이고 대자연을 취함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녀의 작품을 하나 소장하는 것은 어느 곳에선가 천천히 자라고 있을 나무 한 그루와도 함께하는 것이다."
우이원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채취한 10여 여종의 목재로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장인까지, 그들이 사용하는 나무의 종류는 모두 다르지만 값으로 품질을 판단하지 않았어요. 그저 자연에서 얻어진 산물을 독점하는 마음이 아닌 '빌려 쓴다'는 자세로 나무를 대했습니다.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도 다시 땅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도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니, 과연 나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나무를 다뤘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책 후반부에는 대목이 지은 나무집을 소개하는데 처음에는 다다미나 미닫이문과 같은 여러 요소가 일본 가옥과 흡사하여, 오랜 시간 일본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타이완도 여전히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시대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오히려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수리하고 관리하여 지키고 있더라고요. 타이완은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왔지만 우리와 다르게 우호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던 거죠.
타이완은 전나무 생산량이 매우 높은데 품질이 좋은 목재는 대부분 일본으로 건너가 신사를 짓는 데 쓰였고, 결이 곱지 않는 것은 현지 목조 가옥을 짓는 재료로 쓰였다고 합니다.
백 년이 넘은 목조 가옥에서 철거된 전나무를 모아 지은 소박한 집부터 일본 가옥을 정성껏 고쳐서 살고 있는 집까지. 각지 민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분위기도 살펴볼 만합니다.
책날개에 있던 짧은 글이 좋아 옮겨 봅니다.
“나무를 품은 사람들이 있다. 나무의 품에 안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특별하고 멋지고 값비싼 나무들을 탐닉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잡목들, 큰비가 내린 후 떠내려 온 나무들, 곧 헐려 사라질 집에서 주워온 폐목재 등에서 새로운 아름다움과 쓰임새를 발견한다. 천장을 구성하던 나무가 미닫이 문짝이 되고, 선반과 탁자가 바닥재로 활용되거나 새로운 의자로 재탄생하며, 벌레 먹고 썩은 부분이 미감으로 승화된다."
그들은 나무를 소유하지 않는다. 빌려 쓸 뿐이다. 그러기에 나무들 제각각의 고유한 성 향을 파악하고자 기다리며 자연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물려받은 나무를 소중히 간직하고 보존하여 다시 물려줄 날을 기다린다. 나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닮아간다."
사진출처 <나무를 닮아가다> 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