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서 Jul 03. 2024

지하철 3624

첫 차를 기다리다보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학생과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배낭을 메고 있는 노인들이다

첫 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노약자석 출입문에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하루의 시작이 이미 고단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유난히 노약자석의 경쟁자들이 많은 첫 차

특히 지하철이 시작되는 역에서는 서울 시내로

가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기에

위치 선정에 이미 고수들이 많고 같은 라인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고 나중에 타는

동료를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는 노년의 스윗남도

종종 보게 된다.

청년을 지나 중년이 되고 어느 순간 장년이 될

시간이 야속하지만 어찌하겠나

굳이 비교하는 삶의 묘사가 필요 없을테지만

좋은 말로 포장을 해봐도 노년의 일터로 향하는

첫 차의 풍경은 활기보다 고단함이 짙게 베어 있다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속도만큼이나 흐른 세월에

쌓인 사연은 털어버리고 내린다

대부분 비슷한 복장에 비슷한 직군이라는 것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듯 하다

배낭에는 비슷한 소지품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도 그들도 여전히 지하철처럼 달린다

자리에 앉아 피곤함에 눈부터 감게 되고

스마트폰보다 쪽잠이 더 필요할지라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첫 차의 지하철 7624칸에서 만나는 그들은

모르지만 늘 알게되는 만남이며 이별이다

오늘을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가보지 못했지만 간 것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