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나타난 것
001. 한밤에 나타난 것
이상하게 오늘 시현은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이건 시현이 낮에 마신 진한 커피 탓도,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탓도 아니었다.
그저 TV에서 해 주는 그런 이야기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시현은 뒤늦게야 후회했다.
흉흉한 사건이 터졌다는 방에서 낯선 이의 존재감이 계속 느껴진다거나, 한밤중에 기묘한 소음이 나는 곳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친다거나, 어쩌다 사고 현장을 지나쳤더니 알 수 없는 존재가 혼자 사는 자신의 집까지 쫓아왔다거나 하는 누군가가 진짜로 겪었다는 오싹한 경험담은 사람의 시선을 끌기 쉬웠다.
그래서 원래 즐겨보던 방송이 아니었음에도 오늘따라 그런 이야기들이 시현에겐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방송국에서 수집한 이야기니 어느 정도 가공되었거나 과장되었을 거라고 판단했기에 당장은 무섭지 않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눕기 전까지는.
하지만 방송의 내용이 계속 기억에 남은 탓인지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시현이 억지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순간 스르륵- 검은 것이 정확하게 그의 눈가를 스쳐 지나갔다.
이에 시현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히익, 바퀴벌레야…!!”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