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열 줄 소설 -2-

피로

by 이사금

002. 피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진우는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함께 온몸이 피곤하고 팔과 다리가 쑤시는 걸 느꼈다.


거기다 분명 한여름이 되었건만, 진우는 몸살이라도 생긴 건지 종종 한기를 느꼈다.


벌써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석 달이 되어 가는데도 그는 편하게 잠든 기억이 없었다.


어제는 기억은 안 나지만 악몽을 꾸었고, 일어났을 때는 긴 거리를 터질 듯이 뛰어다닌 것처럼 팔과 다리가 뻐근했다.


이사 오고 난 뒤로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동료들에게 넌지시 털어놓았을 때는 터가 안 좋은 거 아니냐며 아는 점집이 있으니 같이 가지 않겠냐고 권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믿지 않는 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동안 과로한 자신의 컨디션 문제라고 믿고 넘어갔다.


진우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깊은 밤 그가 잠들 때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와 이목구비가 흐릿한 어린아이들 셋이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진우의 상반신을 밟아대며 입이 찢어지게 웃어댔다.


그리고 납빛처럼 새하얀 얼굴을 가진 어린아이들 셋은 밤마다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낄낄거리며 그의 팔과 다리를 마구 잡아당겼다.






※ 이 소설은 상상마당 아카데미의 2025년도 열 줄 소설 공모전에 제출했던 소설입니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열 줄 소설의 형식이 괴담의 형식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약간 수정한 뒤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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