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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Park Nov 15. 2024

나에게 집안일이란

집안일을 놓지 못하는 워킹맘의 속사정

전업주부가 먼저여서 였을까.

워킹맘이 된 이후로도 나는 집안일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잘난체 조금 보태면 나름 주변에서 인정받는 

살림 열심히 사는 주부다.


반반 육아, 반반 집안일이 기본이라지만 굳이 남편과 나눠보고자 생각해 적도 없다밖의 일 잘 하라고 내조하는 거냐고 묻는 주변의 물음에 아니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아 있겠으나

정확한 속마음을 말하면 나는 내 살림살이를 내 손으로 꾸려가는 기쁨을 충만히 누리는 사람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내 취향대로 깔끔하게 유지하고 계절에 맞게 입을 옷을 알맞게 갖추는 일.

나와 가족들의 식사에 부족함 없이 식자재를 꾸려놓고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일.

그것들을 해나가는 시간에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할까

아무튼 싫지가 않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남들 다 하는거 똑똑한 우리 딸이 못할리가 있나' 

친정엄마의 말 한마디로 신부수업(?)을 스킵해 버리고 20대에 주부가 된 나는 그 전까지는 대가없이 누렸던 당연했던 일상에 많은 수고가 깃들어 있었음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집안일에 익숙해 지기도 전에 육아까지 더해졌고 온통 처음해보는 것들로 채워지는 엉성한 시간들을 버텨내고 나니 어느덧 일터에서 주눅든 자아를 살림에서 펼쳐내는 능수능란한 워킹맘이 되었다.


일터에서의 성취감과는 다른

살림에서 느끼는 이 충만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을때의 자신감 그리고 의무를 피하지 않고 버텨냈을때의 자유함이 아닐까 한다.


아이가 자신과 가족들의 역할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라는 잔소리 대신 오늘도 어김없이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묵묵하게 버텨낸 엄마의 시간을 그리고 그 시간에서 자연스레 얻어진 지혜와 취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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