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line Park Aug 02. 2023

워홀러 엄마되어 돌아오다.

초등딸과 워킹맘, 시드니 한달 살기의 시작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석사 논문을 끝내고 그동안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 난 항공 마일리지.     


1년에 한 두 번 해외 출장을 가는 남편의 항공 마일리지는 K사. 오래 전부터 간간이 사용해 왔던 신용카드의 마일리지는 A사. 오늘은 이걸 정리하자 싶었다.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일리지를 조회하고 가족 합산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많은데... 설마.... 보너스 항공권을 조회해 보니 A사로 두명의 해외 항공권이 가능한 상황. 결심했다.



 우리도 가자! 한 달 살기!
      



20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나는 언젠가 아이와 함께 다시 시드니를 가보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바쁜 워킹맘에게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고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나는 휴직중이고 코로나는 끝났다. 모든 방해 요인이 사라졌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급하게 아이의 방학 날짜를 확인하고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을 위한 각종 수수료를 결제해버렸다. 시드니에서의 한 달 살기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사회에 나와 보니 워킹 홀리데이를 경험한 이른바 워홀러들이 참 많다. 누군가에게는 ‘일하면서 여행한다’는 취지에 맞게 치열하면서도 행복한 기억으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힘들었던 고생의 기억으로 경험한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되는 워킹 홀리데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분명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어디서든 의지를 가지고 노력만 하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력. 다른 문화 속에 온전히 들어가 생활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인생의 가르침이었다.

      

이번 한 달 살기로 돌아가 솔직해지자. 초등학생 아이와 떠나는 한 달 살기에 있어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목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엄마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