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딸과 워킹맘, 시드니 한달 살기의 시작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석사 논문을 끝내고 그동안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 난 항공 마일리지.
1년에 한 두 번 해외 출장을 가는 남편의 항공 마일리지는 K사. 오래 전부터 간간이 사용해 왔던 신용카드의 마일리지는 A사. 오늘은 이걸 정리하자 싶었다.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일리지를 조회하고 가족 합산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많은데... 설마.... 보너스 항공권을 조회해 보니 A사로 두명의 해외 항공권이 가능한 상황. 결심했다.
우리도 가자! 한 달 살기!
20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나는 언젠가 아이와 함께 다시 시드니를 가보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바쁜 워킹맘에게 그런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고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나는 휴직중이고 코로나는 끝났다. 모든 방해 요인이 사라졌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급하게 아이의 방학 날짜를 확인하고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을 위한 각종 수수료를 결제해버렸다. 시드니에서의 한 달 살기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사회에 나와 보니 워킹 홀리데이를 경험한 이른바 워홀러들이 참 많다. 누군가에게는 ‘일하면서 여행한다’는 취지에 맞게 치열하면서도 행복한 기억으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힘들었던 고생의 기억으로 경험한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되는 워킹 홀리데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분명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어디서든 의지를 가지고 노력만 하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력. 다른 문화 속에 온전히 들어가 생활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인생의 가르침이었다.
이번 한 달 살기로 돌아가 솔직해지자. 초등학생 아이와 떠나는 한 달 살기에 있어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목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엄마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