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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Park Aug 01. 2023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Prologue


그저 평범하게 큰 목표도 없이 대단한 노력도 없이 그저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주어진 대로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원하는 음악을 시작했고 부끄럽지 않을만한 학교에 입학했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노동 시간에 비해 큰 수입을 일으키는 ‘가성비’ 높은 직업을 가진 사회인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보다 잘 가르치는 누군가가 있음을 인정해야했고 최고가 될 자신이 없었다. 곧 무기력의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 결혼하고 같이 가지 않을래?”

연애 중이던 대학생 남자친구가 어학연수를 간다고 했다. 대학 때 참가했던 국제음악제 자원봉사 때부터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어학연수였다. 남자친구는 가보겠다고 했고 1년을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결혼을 하고 같이 가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런 걸 내가 결정해도 되나? 결혼이라는게 원래 이렇게 하는건가? 고민하며 내뱉은 나의 대답은 “서로 부모님께 물어보자”. 그 누구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25살 동갑내기 부부가 되어 외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귀국 후 남편이 사회인이 되면서 우리는 안정된 가정을 꾸렸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때'에 엄마가 된 나는 그저 행복했다. 육아의 고됨보다는 아이와 24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내 상황에 감사했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이었다.     






서른. 어린이집 입학으로 아이의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뭔가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을 가지고 이루어 나가는 삶을 살라고 말만 하기 보다는 몸소 보여주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다. 작은 공연기획사에서 엄마의 사회생활은 다시 시작되었고 이어서 문화재단에 입사했다.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자영업자,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였을까? 나는 회사 일도 내 일처럼 참 열심히 했다. 하나의 문화 기관이 개관하는 과정에 함께 했고 어느새 조직에서 원하는 역할에 충실한 사회인이 되었다. 하지만 곧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 주는 나태함에 젖어 드는 것 같은 위기감이 찾아왔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었고 자극이 필요했다. 때마침 코로나가 찾아왔고 결심했다.

다시 학교로 가자.  


워킹맘이 대학원을 다닌다는 것. 시간,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운동을 시작했고 하루를 계획해서 쓰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학기. 이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마지막 의지를 다지고 있던 바로 그때 갑자기 나의 계획에 큰 변수가 생겼다.     






인사발령

석연치 않았다. 왜 지금? 왜 내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그 차이를 깨닫는 지혜를 주소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에너지를 쓰지 말자.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자

결심이 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휴직하겠습니다'

나쁜 사람이 되기로 했다.


또 한번 의외의 선택을 했다.

정해진 것은 없다.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그것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확실한 것은 상황을 따라 사는 삶보다

내가 선택한 삶이 후회가 없다는 것.

결혼을 선택했을 때처럼

이 선택이 나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이 나의 행복을 향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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