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엄마를 기다리며...
온 하늘이 잔뜩 찌푸린 날.
수증기 한 웅큼 집어삼킨
축축한 바람이 분다
이제 곧 비가 올 거라는
푸른 예감을 품은 채
아직은 차갑고
더러는 따뜻한
이른 봄바람이 분다
아직 비오기 전, 그 내음이
훅-코 끝을 스친다
살짝 비릿하지만 이슬을 머금은,
흙의 청량감이 깃든
비오기 전, 그 내음
처마 끝에 앉아
장 보러 읍내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때 이른 봄비를 기다리며
찌푸린 하늘을 마냥 바라보던
소녀의 그리움으로
아직 비오기 전
그 바람과
그 내음을
반가이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