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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thm 지오그라피 Dec 04. 2023

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14)

조급해지기 시작하다, 2017년 11~12월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새로생긴 회사들은 '벤처'회사 라고 표현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하던 2010년 쯔음 아이폰이 한국에도 출시되고, 한국 어플리케이션으로 문자를 공짜로 보낸다는 말도 안되는 사업을 들고나와 수많은 통신사들의 공격을 받던 카카오톡이 지금처럼 대기업이 될줄을 몰랐던 그때에도 '스타트업' 이라는 용어는 잘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2010년 중반대쯤 들어오니 카카오톡은 어엿한 중견기업 이상이 되어있었고, 그때쯤부터는 IT니, 어플레이케이션이니 하는 서비스들로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나오며 투자를 받는 회사들은 소수이긴 했지만, 그들이 2~3년 내로 꽤나 굵직한 성과들을 내는 것을 보면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사실 저때만해도 페이스북에 저런 영상들이 홍보가 되고, 유튜브 채널이 지금처럼 다양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유튜브 자체로 시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으니, 반응 같은 것은 주로 페이스북에서 일어났던 것 같다. 

아마도 저 영상 또한 페이스북을 캡처한 것인데, 이때쯤 부터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뭔가 공적인 내용들을 찾아보려고 페이스북에 들어가곤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겨울이 되면 항상 여름인 나라들에 출장을 갈 일이 생기곤 했는데 (중국 공장들이 1~2월에 대대적인 휴무에 들어가다보니 그 시점 쯤에 급한 물량들을 생산해줄 업체를 찾다보니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거래하고 있는 우리에게 문의가 오곤 했었다.) 추울 때 따뜻한 나라를 간다니 그저 기분이 좋았다. 

근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익이 많이 남지도 않고, 결국 오더로 이어진 경우도 많이 없었던터라, 지금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본다면 그런 허수의 고객들의 요청을 받을 바에는 좀 더 본질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그때는 뭔가를 알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얼마나 모르고 얼마나 순진했던가.

그저 도착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적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주변 친구들에 비해 용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왔는데, 그때 차라리 부모님이 우리의 가정 형편을 제대로 말해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문제는 여기서 쓰자니 너무 길어지겠지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현실과 괴리되어 살고 있었던 학창시절은 어쩌면 그래서 지금 되돌아보기 싫어질 정도로 끔찍한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센척, 속으로는 가지고 싶은 물건 하나 살 수 없었던 나, 근데 그건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첫째였던 누나도, 둘째였던 형도 똑같이 느꼈던 일들. 우리는 그게 당연한 환경에 자라왔는데, 커가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효심이 앞서 우리가 힘을 합쳐 뭔가를 바꿔보고자 했었는데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아무튼 저때의 나는 그저 저런 것들 하나 내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저 때쯤부터 뭔가 성장이 멈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어쨌든 지금이 남은 날의 가장 젊은 날이니 그런 생각은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2017년 12월 거의 마지막 날에는 봄에 일어나, 여름에 알게되었던 사건을 가을 동안 열심히 정리하여 강남경찰서에 사건 접수를 하고 왔었다. 전투심에 활활 타오르며 정의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나, 피의자는 아직 필리핀에서 도피중으로 현재까지도 사건은 기소 중지되어 있는 상황이고, 나는 어쩌면 그 때의 분노 같은 것은 다 없어져버린 허무한 상황에 가깝다. 어쩌면 그때부터 허무한 결말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2015년 8억 남짓의 매출에서 2016년 15억을 달성하며 2배 성장을 했다고 좋아하다가 2017년에는 17억원의 조금의 성장을 했는데, 빠르게 커가는 스타트업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도 뭔가 허탈감이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본다. 

연말이 오면 나는 이렇게 행운버거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마음이 허했던 12월 31일 밤에는 새해 타종을 본 뒤 혼자서 새벽에 코엑스 메가박스를 가서 보고 싶었던 영화 패터슨을 보고 왔다. 저 당시에도 글을 썼지만, 1월 1일이 된 밤에 보기에 정말 완벽했던 영화인데, 과연 나는 그 날 이후로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는 것일까. 

[영화] 단조롭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영화 패터슨 (Paterson)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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