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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 Oct 11. 2022

저 이혼 가능할까요.

유책배우자도 이혼이 가능한가요.

정말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는데 이혼이 왜 안 되는 것일까.


사실 아직까지는 유책배우자, 즉 바람피운 당사자라면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를 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바로, 유책배우자는 이혼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1990. 1. 13.>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그렇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법원도 역시 조금씩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예외를 구체화했는데(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1.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 계속 의사가 없는 경우

2. 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로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 파탄의 유책성이 그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다. 위 요소를 갖춘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이혼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통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가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원칙과 예외이기 때문이다.

출처 : Pixabay


정말 관계 회복이 어려운 경우

이런 경우는 이혼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살면서 한 번씩은 실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접하다 보니, 외도를 했다고 해서 모두 이혼까지 가는 것은 아니더라. 남편이 한번 외도를 했다고 해서, 아내가 한번 외도를 했다고 해서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해서 바로 이혼하고 싶다고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내 배우자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상간녀/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은 진행하고 싶지만 이혼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한번 정도 용서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있어서, 모든 과거와 관계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사실 외도를 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비난받아야 할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자의 한순간 실수일 수 있고, 이러한 상처를 입게 된 당사자 역시 배우자의 그러한 실수를 한 번쯤 용서하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 대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잘못했고, 돌아올 의지가 유책배우자에게 현재로선 없고 그들은 여전히 상간녀/상간남과 '하하호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우자는 상대방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법원의 현 입장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정말 다양하듯이,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부부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잘못된 대부분의 방법이 '내가 받은 상처만큼 상대방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줬어. 아이들도 있는데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가 있어?. 어디야? 네가 있는 곳을 모두 사진 찍어서 보내.', '또 바람피우는 것 아니야?, 왜 늦게 들어왔어.', '나랑은 그런 것도 안 했으면서 그 X랑은 행복했니.'..


상처를 받은 입장에서 이혼을 원하지 않으면서, 상처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  이상 관계가 회복될  없을 지경에 이르는 경우를 더러   있다. 아무리 잘못한 사람이라도, 잘못을 느끼고 반성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사람도 사람이고, 100%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상대방의 처절한 울부짖음의 잘못된 표현방법이 유책배우자에게 그저 구박, 그리고 답답함, 괴로움 등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  관계는 더욱더 회복할  없는 관계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렵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정말 이론적으로, 기계적으로 법원이 제시한 입장처럼  당사자가 외도 사실을 안 이후에 서로 따뜻하게 상대의 실수를 보듬어 관계를 회복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상대방의 외도를 알게 되면, 나 자신을 부인하고 부정하게 되고 상대에게 그 잘못을 넘기고, 상대를 원망하고, 상대의 모든 것이 싫고, 그리고 내 모든 결혼생활이 허무하고 그렇기에 보상받고 싶어 진다. 그래서 그러한 경우 상대방을 손쉽게 원망하고, 넌 잘못했으니, 너는 죄인이니 내가 이렇게 울부짖어도 모두 이해해줘야 해.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길어진다면?


사실 그렇다면 행복한 가정으로 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양한 모습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보통 그러한 경우 유책배우자의 혼인관계는 어쩔 수 없이 유지는 하게 되지만, 결국 둘 사이는 어찌보면 실질적인 이혼? 상태가 된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경우 상대방이 법원에서 "관계 회복을 하고, 유책배우자를 사랑한다"라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기각되고 난 이후에는 "넌 죄인이니까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기 때문에, 유책배우자는 나날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족들에겐 소문이 모두 나 파렴치한 인간으로 분류되어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그 죄를 씻기 위해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를 본다. 그런 경우를 본다면, 과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지금 법원의 입장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판사님께 전달되는 서면에는 "나는 아직도 유책배우자가 외도했다고 하더라도 사랑하고, 상대방이 단순히 바람을 펴서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뿐이고, 그렇기에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책배우자를 사랑한다."라고 써놓고, 짧은 변론이 끝나면 재판장 문이 닫히고 법원 밖을 나서면 눈길도 주지 않고 흘겨보며, "거봐, 너 한번 당해봐. 평생 이혼 못하게 할 거야."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정말 뭐랄까,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필자가 유책배우자를 대리하여 이혼 소송을 대리하는 경우, 상대방이 위와 같은 태도로 나오면 정말이지 법원의 현 입장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내가 대리해서가 아니라, 내가 대리하는 유책배우자가 정말 살기 위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일 뿐이고, 외도를 했다는 사실보다 상대방이 유책배우자의 잘못을 하나의 이유로 해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 것이 더 가혹하게 느껴져서이다. 심지어 "너는 평생 이혼하지 말고, 나한테 생활비를 주는 노예여야 해.", "넌 잘못했으니까, 내가 하는 모든 모진 말도 다 참아야 해. 그게 몇 년이 됐건 말이야."라며, 상대방이 정신적인 아픔과 조금의 휴식을 요청한다 해도, 단지 유책배우자라는 그 이유만으로 그 모든 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출처 : Pixabay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닌 경우도 많다. 정말 나쁜 유책배우자도 있어서, 그런 경우 이혼을 해주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경우도 있기에, 그러한 경우에 대리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저녁에 야근을 하며, 이혼 소송을 수 번 진행하고 계신 분의 사연을 검토하고 있자니, 법원의 태도가 정말 원망스럽다. 상대방의 거짓된 행복한 결혼생활 주장을 어떻게 하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반박할까 고민 또 고민을 거듭하는 밤이다. 부부관계란, 제삼자인 나로서 알 수 없는 영역이기도, 모든 자료가 증거로 있는 명백한 것도 아니기에 나의 무게가 정말 느껴진다.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원의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의 예외적인 허용사유의 판단기준과 방법의 구체적인 제시, 그 완화로 볼 수 있는 최근 따끈한 판결을 접하며,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재판을 준비해야겠다.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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