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은 얼굴을 좀처럼 찡그리지 않는다. 나는 그를 괴롭히고 싶어서 요리를 하는 그의 뒤에 다가가 간지럼을 태운다. 방에서 시끄럽게 껑충껑충 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콧등을 가볍게 찡그리지만 대체로 온화하다. 그가 이렇게 미끈미끈하고 둥근 돌이 되기까지는 억겁의 사연이 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지루하고 상투적인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먼 옛날, 그는 다섯 마리의 개와 함께 살고 있었다. 성격은 지금과 달리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했다. 그는 말을 안 듣는 말썽꾸러기 개를 옆집 마을에 사는 아들네에게 보냈다. 네 마리의 개는 없어진 친구를 찾으며 슬프게 낑낑거렸다. 그 안타까운 소리는 산을 넘고, 계곡을 넘어, 염라대왕의 귀까지 들어갔다. 염라대왕은 그의 무심함에 크게 노하여 다음 생에는 그 개에 의해 큰 고통을 당하게 되리라 명했다.
다음 생에 그는 돌멩이로 환생했다. 그는 강가에 놓인 뾰족하고 모난 돌이었다. 가끔 강가에 빨래하러 나온 아낙 하나가 그를 빨랫돌로 사용했다. 돌과 아낙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의 모서리가 아낙의 손가락을 베었다. 그는 홧김에 이놈의 돌멩이, 하면서 그 돌을(그러니까 내 연인의 전생이라고 할 수 있는 모난 돌멩이를) 아주 멀리멀리, 빛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깊은 곳을 향해 폭풍 스윙 샷으로 던져버렸다.
돌멩이는 강물 밑에 가라앉아 아주 긴 시간, 오래 오래, 아낙의 손가락 끝의 상처가 아물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 할머니의 손녀가 손녀를 볼 때까지 강바닥 밑에 머물러 있었다. 돌은 말썽꾸러기 개와 자신을 버린 아낙 모두를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시간의 강물이 흐르면서, 돌은 사실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말썽쟁이 개를 처음 샀던 날 그 개가 그의 손바닥을 핥았던 것, 자신을 어루만지던 아낙의 부드러운 손길을 떠올렸다.
그렇게 모가 났던 돌은 강물에 떠밀려 흐르고 또 흐르면서, 둥근 돌이 되었다.
어느 날 나는 강변을 걷다가 둥근 돌이 되어버린 그를 발견했고, 손바닥으로 돌을 감싼 다음 우리의 따뜻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나는 인간이 돌이 되고, 돌이 다시 인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안다. 그가 원래는 둥근 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잠자는 그에게로 몰래 다가가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운다. 그의 찡그린 얼굴을 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