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치즈 태비 무늬 고양이는 아주 뚱뚱하다. 그런 주제에 앞발을 의뭉스럽고도 재빠르게 앞뒤로 움직인다. 치즈 태비는 우리 집 근처를 매일같이 돌아다니는 동네 터줏대감 고양이이다.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이 씩씩하다. 고양이 놈이 나보다 낫다.
나는 한겨울이면 이불에 들어가 꼼짝도 안 한다. 국그릇 밑바닥에 달라붙은 찌꺼기처럼 주변 사람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라면 끓여 달라, 업어 달라 보채기까지 한다. 그러다 엉덩이를 호되게 얻어맞을 양이면 긴 잠에서 깨어난 듯이 비척비척 일어나 최대한 간편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다시 누울 채비를 한다. 저 고양이는 그래도 자기 밥그릇은 잘 챙겨서 토실토실해진 모양이니 옆으로 보고 앞으로 보아도 나보다 낫다.
생각해보면 내가 살던 집 근처에는 터줏대감 고양이가 한 마리씩 살았다. 고등어, 치즈 태비, 얼룩무늬 등 그 색깔과 모습은 다양했으나 공통점은 인간인 나를 알기를 아주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다. 가끔 인사를 하겠답시고 자동차 아래에 숨어 있는 고양이 놈에게 야, 위험해, 밥은 먹고 지내니, 말을 걸곤 했는데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을 보듯 심드렁하게 나를 쳐다보곤 했다.
고양이는 놀라서 도망을 잘 간다는데 이상하게도 터줏대감 고양이 놈들은 나를 우습게 알아서 있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거만하게 바라본다. 동네의 주인은 나니까 네가 뭐라고 지껄이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낫다. 나는 죽을 때까지 고양이 손톱만큼이라도 쿨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만.
어쨌든 나도 우리 집 앞 터줏대감 고양이에게 무심한 태도를 견지하기로 했다. 나는 치즈 태비 고양이가 지나가든 말든 본체만체했다. 내가 본체만체하든 대놓고 보든 고양이는 관심도 없다.
거울을 보니 뱃살이 늘었다. 늘어난 뱃살을 털실 굴리듯 요리조리 잡아당기며 치즈 태비 고양이 생각을 했다. 나도 점점 터줏대감 고양이를 닮아가는 걸까. 나는 어느새 검은색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가 되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있었다.
애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으나 나는 본체만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