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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드릴 Aug 28. 2020

파수꾼


넝쿨 무성한 담장을 지키지 말라

먼지 수북한 금고를 지키지 말라

 아닌 누군가를 위해 지키지 말라

너는 무엇도 지키지 말라

 

바람 부는 공터에서조차

촛불은 그토록 어리고 약한가

사람을 향해 타오르며 빛을 내었다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꺼져가는 초라한 불빛을 위해

바람을 맞으라

 

견디지 못하겠거든 바라보라

두렵거든 차라리 눈을 감으라

밤보다 어두운 그늘 아래서도 숨지 못하는

가여운 불빛 잊지 못하겠거든

 

바람을 맞으라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바람을 맞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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