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 무성한 담장을 지키지 말라
먼지 수북한 금고를 지키지 말라
너 아닌 누군가를 위해 지키지 말라
너는 무엇도 지키지 말라
바람 부는 공터에서조차
촛불은 그토록 어리고 약한가
사람을 향해 타오르며 빛을 내었다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꺼져가는 초라한 불빛을 위해
바람을 맞으라
견디지 못하겠거든 바라보라
두렵거든 차라리 눈을 감으라
밤보다 어두운 그늘 아래서도 숨지 못하는
가여운 불빛 잊지 못하겠거든
바람을 맞으라
너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바람을 맞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