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4와 CU의 팬덤 형성 전략
4대 엔터 기획사에 JYP, SM, YG, HYBE가 있다면, 4대 편의점에는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 24가 있습니다. 현재, 편의점 4사 모두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중 재미있는 서비스 전략을 보여준 이마트 24의 앱 서비스를 리뷰해보려 합니다. CU도 자그마하게 리뷰해 보았습니다.
이마트 24의 락인 전략
이마트 24 앱에서는 미니게임으로 '도시락 만들기', '틀린 그림 찾기', '커피 만들기' 등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 게임 코인인 루비와 골드를 획득할 수 있고 획득한 루비는 이마트 24에서 상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웬 게임이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틈만 나면 앱에 접속해 게임을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Good 마이크로 포인트
(1) 캐릭터의 적재적소 활용
요즘에는 캐릭터 없는 서비스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캐릭터 IP의 활용이 중요해졌는데요. 이마트 24에서는 '이마트 24 화성점을 운영하는 원둥이'라는 원숭이 캐릭터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포함한 앱 전반에 걸쳐 노출하고, 캐릭터 NFT나 굿즈를 판매하는 등 캐릭터 팬덤을 적극적으로 형성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게임 코인으로 원둥이의 코스튬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아쉬운 점은 커스텀 기능이 제공되었다면 캐릭터에 더 애착이 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캐릭터에 나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다면 전 피곤에 찌든 직장인으로.
(2) 게임에 잘 녹아든 상품과 서비스
이마트 24 게임에는 실제 판매 상품이나 배송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마트에서 설마 이런 것도 팔겠어 싶은 상품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데요. 새삼 이마트 24에서 찜닭 도시락도 팔았군요. 게임을 통한 반복된 노출은 홍보를 넘어서 CM송 같이 상품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괜히 이마트 24에 가면 삼각김밥이 반갑고 그렇달까요. 각인된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추후 상품 구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또 게임에서 상품의 이미지를 좋게 노출하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3) 봐주기의 부재
이마트 24 게임에는 '봐주기'라는 베네핏은 없습니다. 칼 같이 다 잡아내죠. 그래서 자칫 시시하고 재미없게 끝날 수 있는 경험을 진짜 이마트 24의 알바생이 된 것 마냥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게임 내 적나라한 표현은 부정적인 경험이 되어 브랜드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여 얼굴이 붉어져 화를 내고 가는 손님 캐릭터처럼 말이죠. 물론 이런 요소가 게임의 흥미와 집중을 불러올 수 있지만, 브랜드 게임이라는 특성상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저는 아직도 고향만두를 보면 아저씨가 제 만두를 퉤 하고 뱉는 게임 속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Pain 마이크로 포인트
서비스의 진성고객 또는 잠재고객이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일 겁니다. 이마트 24에서도 '편의점 이용 고객의 대다수는 게임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기에 이러한 게임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겠죠. 특히 2030의 편의점 구독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기존 고객의 편의는 과연 고려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홈 화면에서부터 게임앱을 켰는지 편의점앱을 켰는지 알 수 없는 UI는 메뉴와 정보가 분산되어 게임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꽤나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 아이콘이나 앱 내 버튼들 마저도 게임스럽고, 홈화면의 bottom 메뉴는 게임 전용 메뉴로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탐색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앱 내의 모든 서비스 경험이 '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으로 끝나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레드오션 산업에 확실한 타겟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전략적으로 좋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앱을 이용해 보면 '게임 서비스'와 '이마트 24 서비스'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헷갈립니다. 아마 게임을 통해 이마트 24의 상품을 구매하고 진성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겠지만, 앱 내 경험은 이상하리만큼 게임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불편할 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요소로 기존 충성고객의 앱 이탈률이 높거나 게임 유저의 활동이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아 충성고객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이 경우, 게임 서비스를 따로 분리하거나 게임은 부수적인 요소로 제공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UI로 개선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NFT 판매 등의 일시적인 수익 창출만 가능한 게임 유저의 확보보다는 당장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마트 24의 충성 고객의 확보가 중요할 테니까요.
물론 리테일을 넘어서 디지털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게임 서비스가 시발점이 되어 로그인 유저를 확보하고 획득한 유저의 데이터가 참조할만한 좋은 지표와 가치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마트 24 점포에서는 ICT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을 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마트 24의 앱 서비스는 과연 어떤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another 마이크로 포인트
이마트 24의 게임 서비스 외에도 CU의 '씨유랜드'라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인상 깊었는데요. 런칭한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서비스인지라 간단하게만 리뷰해 보자면, 'CU와 고객' 또 '고객과 고객'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초기 서비스라 현재는 CU의 콘텐츠에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 있는데요. 추후 게시판 기능이나 설문기능도 생긴다고 하네요. 씨유랜드 내에서도 메뉴를 세분화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편의점, 또 CU만의 특색을 보기 어려워서 아쉽지만 '컵라면 기다리는 동안 보는 3분 콘텐츠', '나만의 CU 레시피 후기' 등의 독점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SNS 외에 자체 커뮤니티를 구축한 점은 앱에서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확보된 고객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홍보나 마케팅 전략 또 제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콘텐츠를 통해 CU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여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남길 수도 있겠죠.
/ 23.11.06 | 24.07.29 최근 글과의 톤을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말은 지우고, 레이아웃도 수정했습니다.
/ 썸네일 : 미드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