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살이 Nov 22. 2023

LG UX디자이너로서 첫 프로젝트(완)

퇴사 기념,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

1. 설문조사

2. 인터뷰

3. 자료조사

4. 위의 내용을 토대로 저니맵 만들기


다음 단계, 컨셉 만들고 UI 설계하기!


앞단에 UI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컨셉과 UI 설계를 동시에 시작했다.

인턴 과제인만큼 기억에 남을 수 있게 한 문장으로 컨셉을 설명하고자 했다.


Z세대의 톡톡 튀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과일 '리치'를 이용했다.

솔직히 말하면, 단순히, 여러 동음의이어가 파생될 수 있는 단어를 골랐다.

서비스 명도 UX관점으로 고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는 팀장과 임원에게 설득될 수 있는, 혹은 맥락을 잘 만들어서 설득을 하는 것을 우선 순위로 잡았다.


'리치'라는 대문구가 나왔으니 파생되는 단어를 찾는 것이 다음 임무였다.

5명이 야밤에 텅 빈 회의실 안에서 쪼르르 앉아 몇 시간동안 영단어만 열심히 찾았다.


서로 찾은 단어를 바로 입 밖으로 내뱉으며 회의실 공기를 채웠다.

뜻도 알려주면서 어떤 단어들이 적합한지 리스트업을 했다.

컨셉 구축은 단 이틀만에 끝낸 것으로 기억한다.


서비스 명은 Ritzy.

'리치'라는 어감과 동일한 단어들을 가져와 서비스 컨셉을 설명했다.

그렇게 나온 아이들은 아래와 같다.



리서치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메인 기능을 정의했다.

1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Z세대의 특성과 이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 인사이트를 잘 버무려, 서비스 '리치'의 메인 컨셉으로 잡았다.


컨셉 장표 뒤에는 각 기능을 설명해주는 화면을 넣었다.

지금 보면 딱, 실무에서 볼 수 없는 화면이지만 우리에겐 한 달간 시간과 노력을 갈고 넣은 산출물이다.

(*실무에서 볼 수 없는 = 실제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과 같은 느낌이랄까,,)


전체 장표를 보여줄 수는 없고, 일부 문서만 공유하고자 한다.


드라마/영화 등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많이 사용하는 감정을 이모지로 만들어 실시간 채팅 방에 바로 눌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고구마,사이다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언어의 순환이 빠르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고, 실제로 생각이 짧기도 했다.


무튼 인스타그램, 유튜브, 아프리카 등 미디어 서비스에서 주요 사용하는 '좋아요' 기능 대신 프로그램 시청에서 가장 많이 느낄 감정을 넣은 것이다.



이후 보고 문서를 만들어서 팀장님, 임원에게 발표를 했다.

우리 회사에서 족히 40명은 들어갈 것 같은 회의실을 잡았다.

팀장님, 담당님께서 오기 전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했다.

또 이건 우리만의 시선이긴 하다.


하나 둘 씩 자리가 채워지고 담당님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젊은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지 처음부터 기대를 많이 하셨다.


발표를 마치고, 담당님은 박수를 치셨다.

그리고 주위에 담당님을 지키던 팀장님들은 죽은 얼굴로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잘한 건가?, 못한 건가?'


담당님: "와, 우리 신입들 진짜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까지 만들고~"


일동 침묵


담당님: "정말 너무 수고했어요. 컨셉도 너무 재밌고 기발해~"


그렇게 짧은 평으로 우리의 한 달 프로젝트가 끝났다.

나중에 후일담으로 듣기로는 담당님께서는 우리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셨고

프로젝트의 퀄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셨다고 했다.

물론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알았어도 최선을 다 했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나는 더 아쉬웠다.

선배들의 이야기도 듣고 전반적으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회고했을 때 

나의 역량을 펼치지 못 했다.

아니 나에게 역량이란 것이 있긴 한건가?


선배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를 불러 또 이야기를 해줬다.

인사팀에서 나를 UX디자이너로 보지 않았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묻자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UX디자인 쪽이 아닌 것 같다고 어느 팀으로 보낼지 인사팀에서 고민했다고 했다.


이 이야기도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학교에서 내가 유일하게 열심히 공부한게 UX디자인인데 이런 취급을 받다니.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온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나는 점점 더 빛을 잃어갔다.

UX디자인에 대한 확신도 점점 사라졌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