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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Nov 30. 2023

대학생때는 전혀 몰랐던 대기업에서 일하는 방식 - 메일

퇴사 기념,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

대학생때 커뮤니티에 올라온 '교수에게 메일 보낸 대학생' 짤을 본 적이 있었다.

부들부들 떠는 교수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아마 과 내에 소문도 쫙 퍼졌겠지...


이거 말고 대학 교수에게 보낸 수많은 예의없는 메일들이 인터넷에 정말 많이 퍼져있다.

대학생때는 웃으면서 넘겼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니 메일의 중요성을 정말 크게 알아버렸다.


학교다닐 때에는 메일을 쓸 일이 특히, 상급자에게 쓸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가끔 공모전 제출할 때나 위의 사례처럼 교수님께 성적 이의 제기를 위한 메일만 썼지,

대부분 과대에게 과제 제출, 친구들끼리 파일 공유하는 데에만 썼던 것 같다. 

(디자인과여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메일을 주고 받는 일이 늘어나 오랜만에 내가 보낸 메일함에 들어가봤다.

웬걸, 2015년의 나는 아래처럼 싸가지와 예의를 밥 말아 먹었다.


이런 걸 보면서 봐준 우리 조교와 교수님이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웃픈 짤과 다를바 없는 행보다.


부끄러운 마음에 변명을 하자면, 사실 우리는 메일을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때 당시에는 본론만 말하는 게 서로에게 더 편하지 않나는 생각이기도 했다.


그리고 삶이 흐르고 흘러 2021년, 회사 입사 후 정부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어 메일을 썼다.

6년의 시간보다는 회사에 들어가서 배운 1년의 시간이 돋보이는 메일이다.


단 3문장만 늘어났는데도 예의 있어 보인다, 내가 누구인지도 메일을 보내는 목적도 보인다.

메일은 간결하고 예의있게 써야한다.

위처럼 간결하고 싸가지없이 말고...




회사에서 들어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메일 쓰기' 였다.

인턴 과제를 하면서 사수분께서 나를 불러 앉혀놓고 알려주셨다.


여러 사람이 쓰는 메일을 보면서 참고할 것.

메일 하단에 성명을 꼭 넣을 것.


어투를 흉내내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메일을 잘 쓰는 것은 어려웠다.

지금도 썩 잘한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적응한 것 뿐이지.


다만, 우리 회사는 메일이 주 커뮤니케이션 툴이기 때문에 많으면 하루에 20-30개의 메일을 썼었다.

회사 동기와 투덜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디자인을 하러 온 건지, 메일을 쓰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메일의 간결함의 중요성을 더 알게 되었다.

내가 쓰는 만큼 사람들은 그만큼 받을 것이고, 또 그거에 대한 회신으로 나는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이 뭘까?'를 찾게 된다.

그래서 더욱 서로의 편의를 위해서 메일을 '잘' 써야 한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왜 굳이 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까?

이 답은 기록을 위해서다.


메일을 쓰다보면 전화 1통이면 끝날 논의를 굳이 메일로 주고 받아야 할까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메일 쓰면서 오타 수정, 문맥 파악, 쿠션어 깔기 등 많은 검토 후에 전송을 누르면

수신자가 받고 읽고 답장오는데만 정-말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주 업무는 따로 있으니까.


하지만 큰 회사에서는 개개인의 업무 분담이 철처히 나눠져있다.

그러다보니 잘잘못따지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그래서 메일을 고집했다. 기록을 위해.


메일을 잘 쓰는 방법은 정말 끝도 없고, 개인적으로는 책을 많이 읽어야하는 영역인 것 같다.

그래도 이것만 잘 지키면 기본은 한다.


메일 기본빵 하기


1. 인사말

메일 첫, 마지막 문장에 '무조건' 인사말 넣기


"안녕하세요, 000분야 000 사원입니다"

"감사합니다. 000드림"


이것만 넣어도 기본은 한다.

실제로 회사 채용 공모전에서 각양각색의 메일이 왔었고,

보면서 흠칫흠칫 놀란 메일도 있었다. 


본문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메일...

과거의 나처럼 적은 메일...

구구절절 감사하다고 적힌 메일...


물론 어떤 식으로 내도 불공정하게 뽑는 일은 없다.

과거의 내가 있는데 어떻게 그들을 욕할 수 있나-

그래도 기억에는 남더라..


2. 요약 정리

메일에서 99절절은 멀어져야하는 단어다.


ex. 

다음주 금요일날 개미회사에서 야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서울 망원 한강공원에서 할 예정이고 시간은 오후 2시까지 와주시면 됩니다.

상무님께서 참석 여부를 받으라고 하셔서 참석 여부 회신 꼭 부탁드립니다.

회신은 내일 오후 12시까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야유회 일정 안내]

- 장소: 서울 망원 한강 공원

- 일정: 11.30일(금) 오후 2시


야유회 참석 가능 여부는 명일 오후 12시까지 회신 부탁드립니다.


-> 이렇게 정리만 해도 눈에 잘 들어오고 쉽게 기억된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꼭 회신 일정은 밑줄 쳐서 보냈다.





인터넷에 '메일 잘 쓰는 법' 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검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가 오래 걸렸다.

회사 입사 후에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브런치에 이런 글을 적는 목적인 한 가지다.

회사에 일을 하고 싶어 이런 저런 검색을 하고 들어오는 취업생들에게 작은 마음가짐을 주고 싶어서이다.


내가 그러지 못 했어서 아쉽다.

더 좋은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사수는 나를 보며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희희

그래서 그만큼 더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겠지만...


무튼, 회사에 들어와 이렇게 메일을 많이 쓴다고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일을 효율적으로만 쓴다면 서로에게 좋고, 기억력 안 좋은 (=나) 사람에게 정말 유용한 툴이기 때문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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