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보다 나은 감독판
<한산:용의 출현>이 지난 7월에 개봉한 후 감독판인 <한산:리덕스>가 11월 개봉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본편보다 감독판이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를 따져봤다.
1. 관객은 역사를 정확히는 모른다
관객들은 한산도 대첩이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대승한 전투라는 사실은 알 것이다. 하지만 한산도 대첩에서 학익진으로 일본군을 격파했다는 사실을 알지, 한산도 바다의 지형과 전주성, 웅치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본편을 n차 관람했지만 솔직히 육지전과 고바야카 장군 관련한 부분은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생소한 일본군의 이름과 직함, 빠른 설명과 전개로 그 부분은 잘 이해하지 못했었고, 사극말투의 자막은 관객들이 영화를 따라잡기 더욱 어렵게 한다. 메인 해전씬이 긴 만큼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살려 본편을 제작한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본편을 n차 관람했을 때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해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감독판에서는 찬찬히 서사가 전개되면서 역사무식자인 내가 봐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되었다.
2. 더해진 대사의 무게감
영화 <한산>에서 가장 중심적인 대사는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라는 대사다. 사실 본편을 처음 봤을 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조선입장에서는 일본이 처들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불의'겠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 아닌가? 왜군 입장에서는 저 대사 또한 조선 입장에서의 주관적 견해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감독판에서 바람 앞 촛불 같은 나라의 조선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묘사가 더해지고, 일본의 장수들은 개인의 출세와 부를 위해 전쟁을 한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그런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가 조선과 일본이 가장 다른 지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도 '의와 불의의 싸움'인 것이다. 조선은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고 일본은 나라를 정복하고 장수들이 출세를 하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이는 고증에 의한 설정이기 때문에 조선에서부터 지켜낸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더욱 샘솟는다.
"우리에겐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대사도 본편에서는 조금 튀는 대사였다. 하지만 감독판에서 선조에게 큰 승전보를 알려야 망명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그 대사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감독판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무 자르듯 숭덩 잘라서 본편을 만든 느낌이라, 감독판이 훨씬 더 유기적이고 자연스럽다.
3. 풍부해진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성
본편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의 대사가 있는 꽤 있는 장면들을 본편에서는 거의 편집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성격이나 부하들과의 관계를 거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감독판을 보니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 농담도 하고 술자리도 갖는 호탕한 사람이자,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진정한 장수이다. 장수로서 백성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기도 하지만 전쟁을 앞두고 어머니 앞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인다. 이렇듯 감독판에서 구체적인 캐릭터성이 훨씬 더 드러나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고 접근하기에 더 편하다.
4. 증가된 해전씬의 의미
이 영화는 결국 메인 해전씬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잘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다른 부분들이 존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조각난 이야기와 캐릭터성 때문에 관객들에게 이 해전씬의 무게와 의미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 감독판에서는 해전씬 이전에 탄탄한 구성과 캐릭터 묘사로 관객들이 해전씬에 맞닥뜨릴 때 그것의 무게감과 의미로 심리적으로 중무장을 시키고 참여하게 한다. 그리하여 관객들이 더욱 긴장감 있는 영화적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해전씬에서도 본편에서는 삭제되었던 거북선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이 장면은 아무리 러닝타임 때문이라고 해도 삭제하면 안됐다고 생각한다. 짧은 거북선의 구체적인 해전 장면이지만 거북선의 고군분투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이번 12월에 넷플릭스에 <한산:리덕스>가 올라왔다. 전체적으로 <한산:용의 출현>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니 본편에서 이해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분들은 한번 더 봐도 좋을 영화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