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음악을 반복하시겠습니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듣자마자 그때로 돌아가게 만드는 노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노래들이 있다. 한번 꽂히면 몇 날 며칠을 한곡 무한 반복으로 듣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 노래들은 아주 진하게 남아있다. 몇 년이 지나고 문득 다시 들어도 순식간에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 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힘들었던 마음을 깊게 위로해주었던 노래들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게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 오로지 한 꿈만 쫓아 달리다가 잠시 숨 쉴 틈이 필요했을 때 오르던 길에서 비껴서 작고 구불구불한 평지를 걷던 날들이었다. 이 길로 잠시 돌아가야지 하며 버겁던 숨을 돌리며 걷고 있는데, 조금만 걸으면 나올 거 같았던 오르막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생각보다 끝도 없이 펼쳐진 평지를 보다가 그제야 길을 잘 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잃었고 가야 할 집을 잃었다. 순간 두 발이 차디찬 아스팔트에 묶여 버린 기분이었다. 달려서 간다 해도 이 길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왔던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묶인 채로 지난날의 나의 선택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원망은 점점 나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미워하던 때. 그때 나에게 빛나는 별들을 천천히 이어가며 길을 비춰주겠다 말해주는 노래가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그 노래만 들었다. 숨 막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새어 나올 것 같은 울음을 몇 번이고 참으면서 말이다.
노래 하나로 몇 년을 버티며 발이 묶인 것처럼 그 무게가 버거웠던 내가 조금씩 그 무게를 견딜 수 있게 되어 더욱 단단해진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때 즈음 나를 견디게 해 주었던 그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다. 순식간에 나를 지난날 길을 잃어버린 나에게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에는 나와 조금 더 나은 내가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나를 위로해준 그 아티스트는 '삶의 무게만큼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힘에 부칠 때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그 끝에는 찬란한 빛과 함께 한 뼘 더 성장한 우리가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담은 새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힘든 날들을 함께 해주었던 그의 앨범이 정말 오랜만에 발매된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그 사람은 어디서 위로를 받을까. 내가 연기를 하며 글을 쓰는 이유도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데 나로 인해 누군가가 힘을 얻는다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 힘과 용기로 돌아올 것만 같다. 그 사람도 그럴까.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들으며 이미 많은 위로를 준 그가 그만큼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